12년만에 일본 앞바다에 등장한 '거대한 뱀'

입력 2017-12-03 11:12
수정 2017-12-03 11:32

일본 규슈 앞바다에 12년 만에 ‘거대한 뱀’이 출현했습니다.

여기서 ‘거대한 뱀’은 문자적 의미에서 ‘뱀’이 아니라 구로시오 난류가 크게 돌아서 움직이는 것을 비유적으로 칭한 것입니다. 일본에서는 구로시오 해류가 남쪽 바다로 크게 돌아서 이동하는 것을 ‘큰 뱀’이 움직이는 것과 같다고 해서 ‘대사행(大蛇行)’이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통상 일본 열도를 따라 흐르던 해류가 이동경로를 바꾸는 ‘큰 뱀’이 출현한 해에는 일본 내 어업이나 기후에 큰 변화가 생기는 경우가 많다고 하는데요. 일본 사회가 크게 긴장한 모습입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올해 쿠로시오 해류가 남쪽으로 크게 우회하는 ‘큰 뱀’현상이 12년 만에 발생했습니다. 일본 기상청과 해상보안청은 지난 9월말 쿠로시오 해류가 8월 하순부터 크게 휜 상태가 됐다고 발표했었습니다. 이번에는 일본 해양연구개발기구가 올해의 ‘큰 뱀 현상’이 내년 초 이후에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규슈 남동쪽에서 ‘작은 뱀’의 움직임이 발생한 것이 계기가 되어서 해저산맥 등의 영향을 받으며 물 흐름이 마치 큰 뱀이 움직이는 모양처럼 바뀐 것입니다. 규슈 앞바다의 작은 소용돌이, 구로시오 해류의 출발점인 대만 해역의 연안 상태 등이 대사행 발생에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다고 합니다. 구로시오 해류처럼 큰 해류가 구부러진 상태로 흐르는 현상이 오래 지속되는 것은 세계적으로도 드문 현상이라고 합니다.

이번 ‘큰 뱀’현상 발생에 앞선 마지막 해류 우회 현상이 빚어졌던 2004년 7월~2005년 8월의 1년여 간에는 시즈오카현 앞바다에서 멸치가. 미에현과 와카야마현 근해에선 가다랑어가 잡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해류 변화로 태평양 연안에서 멸치잡이가 부진에 빠지면서 가다랑어 어장까지 영향을 미친 것입니다.


또 일본 간토 지역 해수면 높이가 높아지고 해수면 온도 분포가 달라진 탓에 기온 분포와 저기압 이동경로도 바뀐다고 합니다. 간토 지역에서 눈이 내릴 확률도 높아진다고 합니다.

구로시오 해류의 ‘대사행’ 현상이 일본 어업과 기후 뿐 아니라 일본 경제 전반에도 혹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거대한 자연의 힘 앞에 인간의 지력은 여전히 미약한 존재인 듯 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