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오사카대 연구팀 규명
열대열원충이 분비하는 RIFIN이라는 단백질이
LILRB1 수용체와 결합
인체의 면역체계 작용 억제
[ 임락근 기자 ] 일본 연구진이 사람에게 말라리아를 전염시키는 원충이 면역세포의 공격으로부터 살아남아 증상을 악화시키는 원리를 규명했다. 말라리아 백신 및 치료제 개발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아라세 히사시 오사카대 미생물병연구소 교수 연구팀은 이런 내용을 담은 연구 결과를 지난달 30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 온라인판에 게재했다. 연구는 열대열원충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열대열원충에 감염되면 다른 말라리아원충에 감염된 것보다 중증도가 높고 사망자가 많다.
연구팀은 열대열원충에 감염된 적혈구와 면역체계 사이의 상호작용을 분석했다. 그 결과 열대열원충이 분비하는 RIFIN이라는 단백질이 면역세포가 정상세포를 공격하는 것을 제어하는 LILRB1이라는 단백질 수용체와 결합해 면역체계의 작용을 억제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RIFIN과 결합한 LILRB1은 항체를 생산하는 B세포와 비정상 세포를 공격하는 NK세포의 활성화를 억제했다. 인체에 침입한 말라리아원충에 면역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증세가 악화되는 원리다.
열대열원충에 감염된 말리리아 환자 혈액을 이용한 실험에서도 중증이었던 9명의 적혈구는 경증이었던 환자 30명에 비해 RIFIN과 LILRB1의 결합이 강하게 나타났다. 아라세 교수는 “RIFIN과 LILRB1의 결합을 방해하는 방법을 더 연구하면 백신뿐만 아니라 치료약 개발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말라리아는 말라리아원충이라고 불리는 기생충에 감염돼 발생하는 급성 열성 감염병이다. 주로 얼룩날개모기류에 속하는 암컷 모기에 의해 전파된다. 원충에 감염된 모기에 물린 뒤 감염 증상이 나타날 때까지는 2주에서 수개월이 소요된다. 오한, 발열, 발한 등이 전형적인 증상이지만 원인 병원체 종류에 따라 증상 및 특징이 다르다.
말라리아는 결핵, 에이즈와 더불어 아직 해결되지 않은 세계 3대 감염병 중 하나로 꼽힌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해마다 3억 명이 말라리아에 걸리고 50만 명이 목숨을 잃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희생자는 대부분 아프리카 지역의 5세 미만 아동이다. 말라리아 백신은 이미 개발된 것이 있지만 아직 완벽한 백신이나 치료제는 없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도 본인과 아내의 이름을 딴 빌앤드멀린다게이츠 재단을 통해 말라리아 백신 및 치료제 개발에 2000년부터 수조원을 지원하고 있다.
말라리아는 국내에서도 걸리는 질병이다. 한국에도 토착 말라리아원충이 있고 얼룩날개모기류가 서식해 해마다 말라리아 감염 환자가 발생한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에서 601명의 환자가 말라리아에 걸렸다. 경기, 강원 등 대부분 휴전선 근처 지역에서 발생했다. 국내에서 많이 발생하는 말라리아는 눈이 멀거나 신장 기능이 악화되는 등의 부작용이 있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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