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에너지만으론 온실가스 감축 목표 못 채워… ICT로 효율 높여야"

입력 2017-11-30 19:13
'4차 산업혁명 시대 신기후체제 대응 방안'
한국에너지공단, 전문가 초청 좌담회

온실가스 감축 기여도, 신재생 17%, 설비개선 49%
에너지에 ICT 기술 접목… 낭비요인 줄이는 게 급선무

한 부처가 산업·자원 다루니 에너지는 우선순위서 밀려
자동화·사물인터넷 등 한국이 경쟁력 갖춘 분야
새 비즈니스 모델 창출 가능


[ 이태훈 기자 ]
‘탈(脫)원전’으로 대표되는 에너지 전환 정책이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로 떠올랐다. 정부는 이달 안에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과 신재생3020(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 20%로 상향) 정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정부는 액화천연가스(LNG) 발전 비중을 2030년까지 37%로 확대해 원전 감축에 대비하겠다고 하지만 이 경우 온실가스 배출이 늘어난다는 단점이 있다.

한국에너지공단은 30일 학계 산업계 시민단체 전문가들을 초청해 ‘4차 산업혁명을 통한 산업계의 신기후체제 대응 방안’을 주제로 좌담회를 열었다. 전문가들은 “4차 산업혁명 기술을 통해 에너지 설비 효율을 높이는 게 신기후체제에 대비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이라고 입을 모았다.

강남훈 에너지공단 이사장의 사회로 서울 잠실 롯데시그니엘호텔에서 열린 좌담회에는 김영명 KT 스마트에너지 사업단장, 권혁인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이상훈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장, 성창모 유엔기후변화협약 기술진행기구 위원 등이 참석했다.

▷강남훈 이사장=제23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가 지난 6~18일 독일 본에서 열렸다.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려면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이용한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와 저탄소 기술 개발이 필수적이란 의견이 많았다.

▷김영명 단장=국제에너지기구(IEA)의 ‘2030년 온실가스 감축 잠재량 기여도 분석’을 보면 신재생에너지를 통해 감축할 수 있는 온실가스 비중이 17%인 데 비해 에너지 효율 개선으로 감축할 수 있는 비중은 49%에 달한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선 에너지 설비 효율을 개선하고 불필요한 낭비를 제거하는 게 최선이란 얘기다. 세계 최고의 전력 전송 기술을 보유한 한국도 생산 전력과 소비 전력의 차이가 8% 수준이다. 에너지 분야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한 스마트에너지 기술의 활용도를 높여야 한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AI)으로 건물의 에너지 사용패턴을 분석해 관리해주는 식이다.

▷강 이사장=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한국의 에너지 정책이 어떻게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권혁인 교수=4차 산업혁명의 핵심가치는 혁신 서비스다. 하지만 국내 에너지산업은 이와 거리가 멀다. 공기업이자 독점기업인 한국전력을 중심으로 하는 에너지 생태계가 혁신을 불러일으키기엔 어려운 구조다. 산업 진흥과 에너지 정책을 산업통상자원부 한 부처에서 관리하는 것도 문제다. 정치적인 이해관계에 따라 에너지 정책이 흔들린다. 혁신적 서비스가 가능하려면 에너지 생태계와 제도적 환경이 새로 구축돼야 한다. 에너지 서비스, 전략, 생태계 등을 동시에 고려하는 컨트롤타워가 있어야 한다.

▷강 이사장=신기후체제에서는 재생에너지 보급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재생에너지 확대가 몰고올 에너지산업의 변화는 어떤 모습일 것이라 예상하나.

▷이상훈 소장=ICT, 빅데이터, AI, 스마트제어 같은 기술이 재생에너지 시장과 시스템을 어떻게 바꿀지에 주목해야 한다. 예를 들어 ICT는 이미 가스터빈과 풍력터빈의 효율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 태양광과 배터리의 가격 하락이 프로슈머(소비자가 생산까지 담당하는 것) 기반의 전력시스템을 구축하면 (한전 같은) 유틸리티 회사는 새로운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번 기후변화협약 총회에서 만난 이탈리아 전력회사 에넬의 관계자는 송배전망이 없어진 미래까지 대비하고 있더라.

▷강 이사장=신기후체제에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창출될 가능성은 없나.

▷성창모 위원=에너지 분야의 4차 산업혁명은 자동화, 증강현실, 사물인터넷(IoT) 등을 바탕으로 한다. 모두 한국이 경쟁력을 갖춘 분야다. 개발도상국 중에는 에너지 부족에 시달리는 나라가 많다. 국제기구도 이들을 지원하기 위해 한국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개도국의 에너지 부족 문제를 해소하면서 탄소 배출을 줄이는 데 한국이 많은 역할을 할 수 있다. 자연스럽게 한국 기업에도 비즈니스 측면에서 다양한 기회가 생길 것이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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