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기업 장악 나선 중국 공산당… 독일 상의 "경영권 침해 땐 철수"

입력 2017-11-30 19:09
수정 2017-12-01 07:51
중국 '시진핑 2기' 들어 통제 강화

2년 전부터 사내 당위원회 의무화
글로벌 기업들 불이익 두려워 용인
중국 신입직원들은 당 교육도 받아

이사회 조언 등 영향력 점차 커져
유럽 상의도 기업경영 개입 우려

인민일보 "로마선 로마법 따라야"


[ 강동균 기자 ] 중국 주재 독일상공회의소가 중국 공산당의 외국 기업 내 당위원회(당조직) 설치 확대 움직임에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공산당의 경영권 침해를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며 철수까지 거론했다. 당조직 설립에 반발해 외국 기업 단체가 공개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 정부는 관영 언론을 통해 외국인 투자자도 중국 현지 규정을 존중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회사 내 공산당 조직 설치를 둘러싼 논란이 다른 외국계 기업으로 확산할지 주목된다.


◆“경영권 침해하면 철수할 것”

30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주중 독일상의는 최근 성명을 내고 “공산당이 사내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려 한다는 독일 기업의 보고가 잇따르고 있다”며 “이는 법적 근거가 없는 조치”라고 비판했다. 이어 “외부 간섭을 받지 않는 경영이 혁신과 성장의 단단한 기초”라며 “공산당의 간섭이 계속된다면 독일 기업은 중국 시장에서 철수하거나 투자를 철회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독일 기업은 지난해 총 27억1000만달러(약 2조9500억원)를 중국에 투자했다. 외국 기업으로서는 여덟 번째로 많은 투자액이다.

주중 유럽상공회의소도 이달 초 중국 내 합작기업 파트너인 국유기업이 앞다퉈 사내에 공산당 조직 설립을 요구하고 있다며 비슷한 불만을 나타냈다. 유럽상의는 “당위원회가 이사회 권한을 침해하고 지배구조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영문 자매지인 글로벌타임스는 당위원회가 외국 기업의 지배구조나 의사결정에 관여한 사례가 없다고 반박했다.

천펑잉 중국현대국제관계연구소 연구원은 “기업 경영과 당조직은 완전히 별개”라며 “로마에서는 로마법을 따라야 한다. 외국인 투자자도 중국 현지 규정을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이밍 중국 상무부 국제시장연구소 부소장은 “중국 기업도 외국에 투자할 때 현지 직원의 신념에 간섭하지 않는다”며 “외국 기업이 사내 당조직에 불만을 가질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외국 기업 70%에 당위원회 둬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집권 2기 들어 외국 기업 내 당위원회 설치 압박은 갈수록 노골화하고 있다. 시 주석은 지난 10월 19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서 “공산당이 사회 각 부문을 주도해야 한다”며 당이 미치는 영향력이 약한 외국 기업에 적극적으로 당위원회를 세울 것을 주문했다.

공산당은 2015년부터 기업 안에 당위원회를 설치하도록 의무화했다. 당위원회는 주요 의사결정을 할 때 이사회에 조언하는 역할을 한다. 공산당 통계에 따르면 중국에 진출한 외국인 투자기업 중 10만6000여 곳에 당위원회가 세워졌다. 2012년(4만7000여 곳)보다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난 수치다. 중국 내 전체 외국 기업 중 당위원회가 설치된 기업은 약 70%에 달한다. 중국 전체 민간기업 중 당위원회를 두고 있는 곳은 67.9%다.

외국 기업은 각종 불이익을 받을 것을 걱정해 울며 겨자 먹기로 공산당 소속 직원의 근무 중 정치활동을 용인하고 있다. 상하이 디즈니랜드의 공산당 직원은 업무시간에 당의 강연을 듣거나 회사 책상에 당내 지위를 나타내는 상징물을 꺼내놓는 등 공산당 활동을 자유롭게 하고 있다. 전체 1만8000여 명 직원 중 공산당원은 300명에 불과하지만 이들을 위한 회관까지 따로 마련했다.

프랑스 화장품 제조업체 로레알의 상하이지사 직원 식당에선 공산당을 상징하는 ‘망치와 낫’이 표시된 물건을 쉽게 볼 수 있다. 르노차이나에서는 올해부터 외국인 신입 직원을 대상으로 공산당 및 중국 사회에 대한 교육을 시작했다. 독일 보쉬 중국지사의 공산당원은 매주 토요일 시 주석의 연설문을 학습하고 있다. 다우케미칼과 프루덴셜은 중국 합작사에서 공산당의 활동을 막았다가 결국 허용했다.

베이징에 있는 컨설팅 회사 레드파고다리소시스의 책임자인 앤디 목은 “공산당이 기업의 새로운 주주가 되고 있다”며 “공산당의 경영 개입이 늘어나면서 외국 기업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전방위 확산하는 기업 통제

기업에 대한 중국 공산당의 경영 간섭은 전방위로 확산하고 있다. 올해 들어 회사 정관에 ‘당의 경영 개입’을 명문화한 중국 상장기업이 크게 늘었다. 상하이와 선전증시에 상장된 3410개 기업 전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최소 436개 기업이 경영상 중요한 의사결정 사항이 있을 경우 당위원회의 의견을 우선적으로 반영한다는 내용을 담은 정관 변경안을 통과시켰다. 시노펙, 시노팜, 중국공상은행, 태평양보험 등 홍콩증시에 상장된 대형 국유기업 32곳도 올해 사내에 당위원회를 신설했다.

공산당은 ‘특별관리주식’이라는 이름으로 대중에 미치는 파급력이 큰 인터넷 기업의 주식 1%를 인수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정보기술(IT) 기업 텐센트와 중국판 트위터로 불리는 웨이보, 중국판 유튜브인 유쿠·투더우 등이 대상 기업으로 거론되고 있다. 특수관리주는 보통주보다 의결권이 많은 주식을 말한다. 지분이 적어도 경영에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뜻이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