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ICBM 도발
북한에 초강경 카드 꺼낸 미국
미국 "모든 유엔 회원국 북한과의 관계 단절" 촉구
헤일리 "북한, 오판 말아야… 전쟁나면 완전 파괴될 것"
트럼프 "김정은, 병든 강아지"
중국 "원유공급, 인도적 차원"
러시아 "한·미 군사훈련 중단을"
미온적인 중·러 설득이 관건
[ 박수진/김현석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게 대북 원유 공급 중단을 요구했다. 북한이 화성-15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시험으로 75일 만에 다시 도발하자 초강경 제재 카드를 꺼내들었다.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2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대북 원유 공급을 중단해야 한다는 뜻을 전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시 주석과 전화통화를 하고 북한 비핵화를 위해 가용 수단을 총동원할 것을 촉구했다.
미국은 유엔 각국에 외교·교역관계 단절을 공식 촉구하는 등 북한을 전방위적으로 고립·고사시키는 제재를 총동원하고 있다. 각국의 북한 해상봉쇄를 추진하고 추가 금융제재를 포함한 독자적 조치도 검토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상황을 더 악화시켜서는 안 된다”며 맞섰다.
◆“전쟁 나면 북한 도발 때문”
헤일리 대사는 이날 유엔 안보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필적하는 날선 단어를 동원해 북한을 비난했다. 북한을 ‘국제적인 왕따(international pariah)’로 지칭하면서 원유공급 중단이 “(북한의 도발을) 멈추게 하는 중추적 단계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의 주요 원유 공급원인 중국이 2003년 원유 공급을 중단했고 곧이어 북한은 협상테이블로 나왔다”며 중국이 더 많은 역할을 하기를 촉구했다. 헤일리 대사는 “중국이 원유 공급을 중단하지 않으면 이 상황을 우리(미국) 손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원유 공급 중단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중국에 대한 보복조치에 나설 수 있다는 경고다.
유엔안보리는 지난 9월 북한의 6차 핵실험에 대응해 ‘유류 공급 30% 차단’을 포함한 대북제재 결의 2375호를 채택했다. 정유제품 수출을 제한하는 제재였다. 중국은 밝히지 않았지만 유상으로 연간 50만t, 무상으로 연간 50만t의 원유를 북한에 공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이 제공하는 원유는 북한 경제를 지탱하는 ‘명줄’이다.
헤일리 대사는 “모든 유엔 회원국은 북한과의 외교·교역관계를 단절해야 한다”며 국제사회에 ‘북한 고립 작전’에 합류할 것도 촉구했다. 그는 이어 “북한의 독재자가 우리(미국)를 전쟁으로 더 가깝게 이끌었다”며 “전쟁이 난다면 이는 어제 목격한 것 같은 (북한의) 공격적인 행동 때문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쟁이 난다면 북한 정권은 완전히 파괴될 것이다. 실수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추가 금융제재 발표 임박
헤더 노어트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새로운 차원의 해상수송 차단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 관계자는 “미 강경파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해상에서 북한 선적을 세우고 검문하는 방법과 북한을 다녀온 배를 180일 또는 365일 받아들이지 않는 등의 여러 형태가 있을 수 있다”며 “아직 미국도 구체적인 방안을 갖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독자적인 대북제재도 서두르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 주도의 대북제재 국면에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우하이타오 유엔 주재 중국 차석대사는 미국 측의 대북 원유 공급 중단 요구를 사실상 거부했다. “대북제재 결의가 적절한 수준의 인도주의적 활동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바실리 네벤자 유엔 주재 러시아 대사는 북한의 도발을 비난하면서도 다음달 예정된 한·미 연합 군사훈련 중단을 요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주리주에서 연설하던 중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병든 강아지(sick puppy)’라고 조롱했다. 그는 세제개편이 미국 경제에 ‘로켓연료’가 될 것이라고 설명하다가 “아, ‘리틀 로켓맨’(이 생각난다)”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병든 강아지는 정신이 온전치 못한 사람을 지칭하는 미국식 표현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30일에도 트위터에서 “북한에서 막 돌아온 중국 특사는 리틀 로켓맨에 아무런 영향을 못 미친 것 같다”고 했다. 시 주석의 특사가 북한 방문을 마치고 귀국한 지 얼마 안 돼 북한이 보란 듯 ICBM 시험발사한 것을 지적한 것이다.
워싱턴=박수진/뉴욕=김현석 특파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