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똥 덕분에… 곤충 세계 지배한 딱정벌레

입력 2017-11-30 18:49
수정 2017-12-01 05:14
버려진 것들은 어디로 가는가


[ 송태형 기자 ] 1788년 1월, 영국의 첫 죄수 이민 선단이 호주 시드니에 도착했다. 죄수들과 함께 소와 말, 양도 호주 대륙에 첫발을 내디뎠다. 200여 년이 흐른 20세기 말, 호주에서 키우는 소는 2500만 마리에 육박했다.

하지만 소 개체수가 늘어남에 따라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다. 소똥을 치워줄 딱정벌레가 호주 대륙엔 없었다. 캥거루, 코알라 등 유대류의 딱딱한 똥에 길들여진 토종 똥딱정벌레(dung beetle)는 묽은 소똥을 거들떠보지 않았다. 목초지는 갈수록 가축의 배설물로 뒤덮였다. 호주 정부는 1960년대 곤충학자들과 함께 똥딱정벌레 공수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1968년부터 1984년까지 세계 각지에서 온 43종의 딱정벌레 173만 마리가 호주 목초지 수천 곳에 방사됐고, 이 중 23종이 자리잡았다.

버려진 것들은 어디로 가는가는 누구에게나 친숙하지만 거의 모두가 쳐다보기도 싫어하는 똥에 관한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들려준다. ‘똥의 백과사전’이라 할 만큼 똥의 개념부터 생태학적 의미, 똥을 둘러싼 동물들의 생존 역사, 똥에 얽힌 사회문화적 사건까지 똥에 관한 모든 것을 두루 살핀다. 영국의 저명한 곤충학자로 40여 년간 똥의 생태계를 연구해온 리처드 존스가 썼다.

파리, 바퀴벌레, 귀뚜라미, 흰개미, 집게벌레, 나방, 개, 오소리, 까마귀, 독수리, 영양, 도마뱀 등 다양한 동물들이 등장하지만 가장 비중 있게 다뤄지는 동물은 단연 딱정벌레다. 저자는 “딱정벌레는 진화 과정에서 일찍이 똥으로 눈을 돌린 덕분에 폭발적인 속도의 종 분화를 겪었다”며 “풍부하고 손쉽게 얻을 수 있는 효율 만점의 자원을 공략한 덕분에 곤충 세계의 지배자가 됐다”고 설명한다. (소슬기 옮김, MID, 464쪽, 1만8000원)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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