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 기업 나스퍼스, 텐센트 주가 상승에 함박웃음

입력 2017-11-30 16:25
수정 2017-11-30 16:28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인터넷·미디어 기업 나스퍼스(Naspers)는 올해 미국 스톡스글로벌3000지수에 포함된 기업 중 시가총액 기준으로 65위에 올랐다. 지난해만해도 100위권 밖 신세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9일(현지시간) 나스퍼스를 “올해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기업”이라고 평가했다. 나스퍼스가 이처럼 높은 평가를 받는 것은 16년 전 중국 최대 인터넷 기업에 텐센트에 투자한 3400만달러(약 369억원) 덕분이다.

나스퍼스는 29일(현지시간) 지난 상반기 매출이 전년동기대비 5% 증가한 3억1000만달러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순이익은 98% 늘어난 1억1000만달러였다. 실적이 좋아지면서 주가는 최근 1년간 84% 뛰었다.

나스퍼스의 실적 호전은 일찍이 매수한 텐센트 지분 덕분이었다고 WSJ는 분석했다. 나스퍼스는 2001년 자회사 MIH를 통해 텐센트 지분 33.3%를 3400만달러에 사들여 텐센트의 최대 주주가 됐다. 당시 텐센트는 설립 3년차 신생 인터넷 기업이었다. 수익은 적고 자금은 고갈된 상태였다. 텐센트 창업자 마화텅 회장은 2008년 신화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회사를 팔려고 돌아다녔지만 4곳에서 모두 거절당했다”고 당시를 기억했다.

제이콥 페트스 베커 전 나스퍼스 CEO는 텐센트의 잠재가치를 알아봤다. 온라인 시장이 커지면서 텐센트 가치가 6000만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평가했다. 그의 직감은 틀리지 않았다. 텐센트는 PC용 메신저 ‘QQ’, 모바일 메신저 ‘위챗’으로 잇달아 대박을 터뜨리면서 아시아 최대 인터넷 기업으로 급성장했다. 지난 21일엔 미국의 페이스북을 제치고 글로벌 시가총액 5위에 등극했다. 덕분에 나스퍼스가 매수한 지분 33.3%는 현재 550배가량 오른 170억달러로 불었다. 나스퍼스는 “올해 상반기 실적은 대부분 텐센트에서 벌어들인 수입”이라고 밝혔다.

1915년 신문사로 시작한 나스퍼스는 글로벌 시장에서 다양한 기업들에 투자하고 있다. 텐센트 외에도 러시아 인터넷 기업 ‘메일루 그룹(Mail.Ru Group)’, 독일 음식 배달 업체 ‘딜리버리 히어로(Delivery Hero)’의 지분을 갖고 있다. 지난해엔 실리콘 벨리에서도 벤처 투자를 시작했다. 아프리카 시장에서 선보인 비디오 스트리밍 서비스 ‘쇼맥스’는 넷플릭스와 본격적인 경쟁을 앞두고 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