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혁신성장과 규제개혁

입력 2017-11-29 18:14
오세정 < 국민의당 국회의원 sjoh6609@gmail.com >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8일 청와대에서 ‘혁신성장 전략회의’를 열었다. 사실 문재인 정부는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을 동시에 추진한다고 했지만, 최저임금 인상 등 정부 출범 초기부터 발 빠르게 추진한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비해 혁신성장은 4차산업혁명위원회를 대통령 직속으로 만들었을 뿐 별로 눈에 띄는 실적이 없었다. 심지어 혁신성장에 대한 정부 차원의 큰 그림이 있는지조차 분명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었다. 청와대에서의 혁신성장 전략회의는 이런 비판에 대응하는 성격도 있을 것이다.

전략회의에서 여러 논의가 있었지만, 필자가 보기에 이 시점에서 가장 핵심은 규제개혁이라고 생각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신기술과 초(超)연결성은 기존에 생각도 못 한 새로운 산업을 일으키고 경제구조에 대변혁을 일으킬 것이다. 버스와 트럭이 무인 자동차로 대치되고 드론에 의해 물건이 배달될 때 기존 운송업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이처럼 4차 산업혁명은 점진적인 변화가 아니라 기존의 질서를 깨뜨리는 ‘와해성(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이다. 당연히 기존 질서와 충돌하고 기득권층의 반발이 있을 수밖에 없다.

역사가들은 규제 때문에 새로운 산업의 발전을 가로막은 대표적 예로 영국의 적기조례(赤旗條例)를 든다. 자동차가 막 상용화될 만큼 개발됐을 때 자동차의 등장으로 직업을 잃을 위기에 처한 마차업자들의 로비로 모든 자동차 앞에는 사람이 붉은 깃발을 들고 선도하도록 하고 속력도 시속 6㎞ 이하로 제한했다. 이 법이 시행되자 영국에서의 자동차 개발은 멈췄다. 자동차산업 주도권은 프랑스 독일 미국으로 넘어가게 됐다. 이 법은 30여 년이나 지속됐지만 결국 마차업자들을 보호하지도 못하고 신산업 발전만 가로막았던 것이다.

우버 등 세계 100대 스타트업 중 한국에서 사업하면 불법인 경우가 절반 이상이라고 한다. 그만큼 규제가 많다는 말이다. 오죽하면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한국은 ‘안 돼 공화국’이라고 표현했을까. 이처럼 모든 사람이 문제점은 잘 알고 있다. 관건은 결국 정부와 정치권의 규제를 풀려는 의지일 것이다. 특히 와해성 신기술에 의해 직업을 위협받는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규제 프리존이나 인터넷은행 증자 문제도 해결 못 하는 정부와 정치권이 이번에는 실제로 규제개혁을 해낼 수 있을까. 정부가 빨리 구체적인 청사진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오세정 < 국민의당 국회의원 sjoh6609@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