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측 '횡령혐의' 최대주주 상대
160억 규모 손해배상소송 제기
갈등 이어지며 주주총회 파행
오너 일가 분쟁으로 지배구조 불안
[ 이고운 기자 ] ▶마켓인사이트 11월28일 오후 3시6분
비타민제 ‘레모나’로 유명한 코스닥시장 상장사 경남제약이 내홍에 빠졌다. 회사와 오너 간 소송전 여파로 주주총회가 파행을 거듭하면서 소액주주들은 속앓이를 하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경남제약은 최근 최대주주인 이모 전 회장(지분율 20.84%)을 상대로 16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경남제약 관계자는 “이 전 회장의 불법행위 탓에 회사가 입은 피해를 배상받기 위한 것”이라며 “이 전 회장을 상대로 법적 조치를 하지 않으면 소액주주들이 회사 경영진을 고소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해온 데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경남제약과 이 전 회장 간 갈등의 시작은 20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전 회장은 2007년 녹십자로부터 경남제약을 245억원에 인수해 2013년 초까지 경영에 참여했다.
그는 경남제약 인수 직후인 2008년 회사가 적자를 냈음에도 흑자를 달성한 것처럼 분식회계한 혐의(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와 회사 공장 신축공사 대금을 횡령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으로 2014년 기소됐다. 이 전 회장은 지난 8월 항소심 재판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아 구속된 상태다.
이 같은 혼란은 주주총회 파행으로 이어졌다. 이달 초 열린 경남제약 임시주주총회에 상정된 정관 변경 및 이사회가 추천한 사내외 이사 선임 안건은 모두 부결됐다. 3월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도 사내이사 선임 안건이 부결됐다. 경남제약 측은 “임시주총에서는 이 전 회장이 반대 의결권을 행사했고, 정기주총에서는 다른 주주들의 반대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지배구조가 안정적이지 않은 점도 불안 요인으로 꼽힌다. 이 전 회장과 부인 오모씨는 개인적인 문제로 분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회장이 오씨가 보유한 지분이 자신의 차명주식이라고 주장하며 전량을 실명 전환해 이달 최대주주가 오씨에서 이 전 회장으로 변경됐다. 아직 분쟁의 불씨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아 변수로 남아 있다는 관측이다. 이 전 회장을 제외하고는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투자자는 없으며 현 경영진의 지분율은 미미하다.
소액주주들은 경남제약 대표 제품인 레모나가 이달 초 중국 판매 허가를 받으며 주가가 상승 곡선을 그리는 가운데 번지고 있는 내부 혼란의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경남제약은 이날 코스닥시장에서 전날보다 50원(0.43%) 떨어진 1만1500원으로 장을 마쳤다. 올 상반기 4000~5000원대이던 주가는 중국 판매 허가를 공시한 이달 들어 1만원대를 지키고 있다.
경남제약은 올 들어 3분기까지 누적 매출 294억원, 영업이익 32억원을 냈다. 영업이익률은 10.89%다. 2013년 5억원대에 그쳤던 영업이익은 2014년 36억원, 2015년 68억원, 2016년 53억원으로 두 자릿수를 유지하고 있다.
경남제약 관계자는 “내년 중국 수출 기대가 높아졌지만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 전 회장이 주총에서 주주제안 안건을 내거나 경영에 복귀할 가능성에는 “아직 전달받은 내용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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