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샌프란시스코에는 ‘알트스쿨(AltSchool)’이라는 대안학교가 있습니다. 정보기술(IT) 기반 개인 맞춤형 교육 커리큘럼을 제공하는데 디지털 시대의 미래형 학교라 불립니다. 구글 출신 맥스 벤틸라가 2013년 설립했지요.
창의적인 IT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반 단위로 함께 수업을 듣는 기존의 교육 방식에서 벗어나 개인의 역량과 기호에 맞춰 1대1 수업 커리큘럼을 제공합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 피에르 오미디야르 이베이 창업자, 로웰 파월 잡스(고 스티브잡스의 아내) 등 실리콘밸리의 유명 기업인들로부터 1억달러(약 1084억원)를 투자 받아 주목을 받았습니다.
알트스쿨은 로봇 키트를 사용해 학생들에게 컴퓨터프로그래밍(코딩) 교육을 하는데요. 이 로봇은 미국 기업이 아닌 중국의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메이크블록Makeblock)’이란 회사가 제작한 것이어서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중국의 로봇이 미국의 미래 인재를 가르치고 있는 셈이지요.
메이크블록은 세계는 물론 중국에서도 거의 알려지지 않은 기업입니다. 농부의 아들로 태어난 왕젠린(32)이 2013년 선전에 세운 교육용 DIY(Do it yourself) 로봇 제조업체입니다. 스마트폰으로 조종할 수 있는 다양한 로봇 키트 등을 제작하고 있습니다. 2만~3만원대부터 100만원에 육박하는 고가까지 제품 가격도 다양합니다.
전 세계 2만개 이상의 학교가 이 회사가 제작한 레고 형태의 로봇 키트를 사용해 코딩 교육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140개 국가에 제품을 판매하고 있으며 매출은 2013년 43만5000달러에서 지난해 1800만달러로 증가했습니다. 매출의 70%를 해외시장에서 거두고 있습니다. 이 회사가 만든 ‘메이크블록 뉴런(Neuron)’은 내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전자·정보기술(IT) 전시회(CES)에서 혁신상을 받을 예정입니다. 메이크블록은 조만간 한국에도 진출할 계획입니다. 메이크블록의 성장에 주목한 일본 소프트뱅크는 최근 이 회사에 대한 투자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중국에는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로봇 등 미래 첨단기술 분야에서 메이크블록과 같은 기업이 곳곳에서 생겨나고 있습니다. 중국 젊은이들의 창업 열기와 도전 정신이 부러움을 넘어 무섭다는 생각이 듭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