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규제 풀지 않고 '혁신창업'하자고?

입력 2017-11-28 18:05
이우상 중소기업부 기자 idol@hankyung.com


[ 이우상 기자 ] 지난 20일 김수민 국민의당 의원 주최로 국회에서 열릴 예정이던 카풀 관련 규제 개선 정책토론회가 무산됐다. 서울개인택시조합 등 택시 관계자들이 토론회 장소인 국회 세미나실을 점령해 버렸기 때문이다.

택시업계 한 관계자는 “택시업 사활과 직결된 문제를 논의하는데 당사자인 우리를 왜 뺐느냐”고 소리를 질렀다. 곳곳에서 반대를 주장하는 고성이 오갔다. 신변에 위협을 느낀 김 의원은 아예 참석하지 못했고 주제발표자도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연락을 받고 발걸음을 돌렸다. 여러 카풀업체 관계자들도 헛걸음을 해야 했다. 김 의원실 관계자는 “규제를 어떻게 바꿔야 할지 전문가 의견을 우선 수렴하려 했는데 토론회 개최가 무산돼 난감하다”고 말했다.

라이드 셰어링으로 통칭되는 카풀은 미국과 유럽, 중국 등 해외 주요 국가에선 보편적인 서비스다. 그런데 유독 한국 시장에선 맥을 못 추고 있다. 관련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 생겨났지만 불법과 합법의 경계선에서 위험한 줄타기를 하느라 서비스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기존 규제를 내세워 팔짱만 끼고 있는 모양새다. 소비자 후생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면서도 이익단체에 휘둘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카풀업계는 정부가 나서서 빨리 교통정리를 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 카풀업체 대표는 “애매한 법조항과 규제 때문에 카풀업체와 택시조합 간 갈등이 심해지고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들에게 돌아간다”고 말했다.

혁신창업을 지원하겠다는 중소벤처기업부는 카풀 관련 규제 조항이 있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이 국토교통부 소관이라 사실상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의견이다. 부처 관계자는 “국무조정실에서 규제 샌드박스(새 서비스가 출시될 때 일정 기간 기존 규제를 면제해주는 제도)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면서도 “진행이 더뎌 결과가 언제 나올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혁신벤처 생태계를 조성하겠다고 말하지만 내용을 뜯어보면 사실상 자금 지원이 대부분이다. 정작 기업들이 창의성을 발휘하고 새로운 사업모델을 시험할 수 있는 환경 조성에는 소극적이다. 규제를 풀지 않고 돈으로만 조성할 수 있는 혁신생태계는 없는데도 말이다.

이우상 중소기업부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