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익위 '3·5·10 규정' 개정 부결
시행령 개정 여부 불투명해져
국회도 "권익위가 상한액 조정 앞장서면 청렴사회 둑 무너져"
권익위원장은 "법취지 훼손 아냐"
[ 김채연/서정환 기자 ]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의 이른바 ‘3·5·10(3만원 이하 식사·5만원 이하 선물·10만원 이하 경조사비 허용) 규정’ 개정에 급제동이 걸렸다.
국민권익위원회는 27일 오후 3시30분부터 2시간30분가량 전원위원회를 열어 청탁금지법 시행령 개정안을 심의했으나 격론 끝에 반대 의견이 더 많아 부결된 것으로 확인됐다.
전원위원은 박은정 권익위원장을 포함해 총 15명이다. 박 위원장은 이날 국회 정무위원회 참석 등 외부 일정을 이유로 불참했고 사무처장은 공석이며 위원 1명도 불참해 이날 전원위에는 12명이 참석했다.
권익위는 이날 전원위에서 공직자 등에게 제공 가능한 선물 상한액을 농축수산품에 한해 기존 5만원에서 10만원으로 상향 조정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의결한 뒤 당정협의를 거쳐 29일 대국민보고대회에서 공식 발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이날 개정안이 부결됨에 따라 시행령 개정 자체가 불투명해졌다.
권익위가 전원위를 곧바로 다시 열어 개정안을 재상정하더라도 반대한 전원위원들이 찬성으로 돌아설지에 대해서는 부정적 관측이 더 많은 상황이다. 권익위 내부에서는 ‘3·5·10 규정’ 개정 자체에 반대하는 분위기가 큰 것으로 전해졌다. 시행한 지 1년밖에 안 된 청탁금지법을 한 번 손대기 시작하면 개정 요구가 우후죽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와 함께 법 개정에 반대하는 국민 여론을 감안해서다.
권익위는 이날 전원위에서 개정 반대 의견이 더 많이 나온 데 대해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권익위는 “모든 것을 비공개에 부치기로 했다”며 회의 결과 자체에 대한 언급을 피했다.
국회에서도 청탁금지법(김영란법)상 공직자 등에게 제공 가능한 선물 상한액을 농축수산물에 한해 기존 5만원에서 10만원으로 상향 조정하려는 것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7일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권익위가 지켜야 할 상한선을 앞장서서 바꾸면 김영란법이 지켜야 할 청렴 사회의 방파제가 무너지는 것”이라며 “권익위가 어떻게 둑이 무너지는 일에 앞장설 수 있느냐. 굉장히 우려스럽다”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김영란법에 농축수산물만 해당하는 게 아니다. 중소기업과 식당을 하는 중소상인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라며 “이들은 보호받지 않아도 되나. 결국 다 무너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박은정 권익위원장은 “우려는 알고 있지만, 가액의 조정이 청탁금지법의 본래 취지를 훼손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가액조정 문제가 갈등을 낳고 있는 것이 사실인 만큼 갈등을 지양하고 법의 본질적인 부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답했다. 박 위원장은 또 법률이 아닌 시행령으로 가액 등을 정하는 데 대해 “이 법 자체는 공정한 직무 수행을 저해하는 상황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부패 범주를 확대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지금의 법체제로는 그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채연/서정환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