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의료기기 혁신…이동하며 MRI 찍는다

입력 2017-11-27 19:49
삼성전자 '북미영상의학회' 참가
머리 촬영 이동형 '옴니톰' 등
초음파·CT·MRI 신제품 공개

전동수 사장의 '체질 개선'
의료기기에도 반도체 '혁신 DNA'
삼성메디슨 올해 흑자전환 기대
GE·필립스·지멘스와 경쟁 구도
"세계 300대 병원을 고객으로"


[ 임락근 기자 ]
삼성이 의료기기 시장의 꽃으로 불리는 고가 영상진단장비 시장에 도전장을 냈다.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 등 고부가 의료기기 시장에서 GE헬스케어 필립스 지멘스 등 글로벌 3강과 맞붙을 수 있는 제품 라인업을 확보했다. 초음파 진단기기업체 메디슨을 인수하며 의료기기 시장에 뛰어든 지 꼭 7년 만이다. ‘계륵’ 취급을 당하던 의료기기사업이 해외에서도 성과를 내는 등 성장 토대를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가 최근 조직개편에서 소비자가전부문에 속해 있던 의료기기사업부를 전사조직으로 독립시킨 것도 사업 강화를 위한 조치로 알려졌다.

◆영상진단기기 풀 라인업 구축

삼성전자는 자회사 삼성메디슨과 함께 26일(현지시간)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북미영상의학회(RSNA) 2017’에서 MRI 시제품을 처음 공개했다. 이동형 CT 신제품도 선보였다. 세계 영상의학과 전문의와 관련 종사자 5만여 명이 모이는 RSNA는 의료기기 신제품과 신기술을 선보이는 경연의 장이다.

삼성이 이번에 선보인 시제품은 팔 다리 등을 부분적으로 찍는 이동형 MRI 기기다. 부피가 크고 한 곳에 고정돼 있는 일반 MRI 기기와 달리 이동성을 갖춰 비용과 공간 효율을 높였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사용자 편의성을 고려한 디자인과 제품 설계 등으로 휴대폰, 소비자가전 등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사업에서 얻은 노하우를 담아냈다”고 설명했다. 삼성은 전문의 평가와 임상 절차를 거쳐 제품을 정식 출시할 예정이다. 삼성메디슨 관계자는 “초음파 기기 시장에서 최근 업계 1위인 GE헬스케어를 제치고 납품에 성공하는 성과도 냈다”고 했다.

○‘혁신전도사’ 전동수의 매직

업계에서는 전동수 사장(사진)의 혁신 드라이브가 빛을 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해마다 매출은 줄고 적자는 늘어나는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사업부장을 맡아 체질 개선을 이뤄내고 있어서다. 전 사장은 세계 최초로 64MD램을 개발하는 등 삼성전자 시절부터 ‘혁신전도사’로 통했다. 2011년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사장, 2013년 삼성SDS 사장을 거쳐 2015년 12월 삼성전자 의료기기사업부장을 맡았고, 지난해 3월부터 삼성메디슨 대표를 겸하고 있다.

전 사장은 취임 후 ‘선(先) 정상화-후(後) 다각화’를 목표로 세웠다. 선발주자에게 밀린 고가 영상진단장비보다는 그나마 성과를 내던 초음파 진단기기와 엑스레이기기에 집중하는 전략이었다. 프리미엄 초음파 진단기기 제품군을 늘리고 산부인과에 치중하던 영업력을 영상의학과 등 다른 진료과로 넓혔다.

유통 재고를 대폭 줄이고 저비용·고효율의 성장 기반도 마련했다. 개발도상국 중심에서 선진국 시장으로 영업 전략을 바꾸면서 프리미엄 전략을 편 덕분이다. 미국 메이요클리닉, 존스홉킨스대병원 등 세계 300대 병원 가운데 50여 곳을 고객으로 확보했다.

◆“올해 흑자전환 기대”

삼성메디슨은 2010년 삼성에 인수되기 직전인 2008년 매출 2000억원을 돌파했지만 이후 성장이 정체되면서 10년째 3000억원을 넘지 못하고 있다. 2015년과 지난해는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신수종사업으로 투자를 계속해왔지만 실적 부진으로 끊임없이 매각설에 휩싸이며 계륵 취급을 당했다.

하지만 전 사장 부임 이후 체질 개선에 성공하면서 의료기기사업이 부진에서 벗어나 재도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메디슨은 올해 흑자전환을 기대하고 있다. 1분기와 2분기에는 흑자를 냈다. 의료기기시장 비수기인 3분기엔 적자를 냈지만 3분기까지 누적 기준으로는 27억원의 흑자를 냈다. 삼성메디슨 관계자는 “4분기가 성수기인 것을 감안하면 올해 연간으로는 흑자가 확실시된다”고 말했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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