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여성 인력이 답이다

입력 2017-11-27 18:25
김정관 < 한국무역협회 부회장 jkkim8798@kita.net >


한국은 설명하기 힘든 나라다. 첨단 산업인 정보통신 분야에서는 세계 선두권인 데 반해 여성의 사회진출은 세계 하위 수준이다. 한국무역협회가 발간한 보고서 ‘2017 세계 속의 대한민국’에서 바라본 한국의 모습이다. 최신 첨단과 전통의 유교가 절묘하게 공존하고 있다. 1980년대 국제회의에 참석해 보면 우리나라만 대표단이 모두 남자인 경우가 많았다. 우리보다 모든 면에서 뒤처진 동남아시아 국가도 대표단에 여성이 포함돼 있었다. 30여 년이 흐른 지금 여성의 사회진출은 많이 개선됐지만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별로 나아진 게 없는 것 같다. 세계경제포럼이 이달 발표한 ‘세계 성 격차 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성 격차 지수는 0.65로 144개국 중 118위다. 가장 두드러진 성 격차는 여성의 경제참여 분야다.

‘유리천장’이란 표현이 있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결코 깨뜨릴 수 없는 장벽이란 뜻으로 쓰이고 있다. 1979년 미국 경제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에서 여성 승진의 어려움을 다룬 기사에 처음 사용됐다고 한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매년 3월 각국의 유리천장지수를 발표하고 있다. 직장 내 여성이 받는 대우를 평가하는 지표로서 경제활동 참가율, 임금, 양육비용, 간부직 내 여성 비율 등 10개 항목으로 산출한다. 올해에는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유리천장지수가 가장 낮은 나라, 즉 여성 차별이 가장 심한 국가로 발표됐다.

어느 조직이든 우수한 인재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 특히 기업의 경우 우수 인력 확보 여부가 경쟁력과 존망을 결정한다. 우리 500대 기업의 여성 임원 비율이 2.7%라고 하는데 인구의 절반인 여성을 제쳐두고 우수 인력 확보가 어떻게 가능한지 모를 일이다. 또한, 우리의 생산가능인구는 작년을 정점으로 매년 줄어들고 있다. 우리는 단일민족 의식이 강해 이민을 통해 외국 근로자에게 문호를 개방하기도 쉽지 않다. 우리의 노동력 부족은 여성 인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가장 좋은 해결책이다.

그러나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를 가로막는 장애물이 많이 존재한다. 출산, 육아, 가사 부담이 많고 남성 위주의 조직구조와 사회적 편견도 여전하다. 문재인 정부는 임기 동안 남녀 동수 내각을 실현하겠다는 목표를 밝히고, 초대 내각에 역대 정부 중 최다수인 6명의 여성 장관을 임명했다. 이런 정부에서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를 높일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이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

김정관 < 한국무역협회 부회장 jkkim8798@kita.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