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 동의없이 정보 수집
위치 서비스 꺼놔도 수집 이뤄져 맞춤형 광고 위해 정보 활용 의심
"무차별 수집한 것이 더 문제"
위치 드러나면 안되는 공무원
가정폭력 피해자도 포함 의혹
서버 해외 있어 조사 어려울 듯
[ 이승우 기자 ]
“Don’t be evil. Do the right thing.(악해지지 말라. 옳은 일을 하라)”
세계 최대 인터넷기업 구글을 상징하는 두 개의 문장이다. ‘악해지지 말라’는 구글이 2004년 기업공개를 앞두고 공동창업자들이 내세운 임직원 행동 강령의 첫 번째 문장이다. ‘옳은 일을 하라’는 2015년 지주회사 알파벳을 만들면서 새롭게 만든 기업 신조다. 법을 따르고, 명예롭게 행동하며, 서로를 존중으로 대하라는 뜻이다.
하지만 구글의 이 같은 행동 강령에 의심을 품게 만드는 사건이 벌어졌다. 구글이 세계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이용자의 위치정보를 11개월 동안 무단으로 수집한 것이다. 구글은 ‘서비스 개선’을 위한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지만 민감한 사생활 정보인 위치정보를 이용자 몰래 수집했다는 점에서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구글, 전 세계에서 위치정보 수집
미국의 정보기술(IT) 전문 매체 쿼츠는 “안드로이드폰이 올해 초부터 사용자 동의 여부와 무관하게 개인 위치정보를 모아 구글 서버로 자동 전송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쿼츠에 따르면 정보 수집은 사용자가 안드로이드폰의 위치 서비스를 꺼 놓은 상태에서도 이뤄졌다. 구글의 이런 무단 정보수집은 한국을 포함해 세계적으로 행해졌다. 한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안드로이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기준 78% 수준이다.
휴대폰 사용자가 전화를 걸면 가까운 이동통신사 기지국과 연결된다. 구글은 이 기지국 정보(셀 ID 코드)를 수집했다. 기지국 정보를 알면 휴대폰 사용자의 대략적인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 각 기지국이 커버하는 범위는 통상 300~500m 수준이다.
구글 측은 쿼츠 보도에 대해 “올해 1월부터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의 메시지 수신 속도와 성능을 향상하기 위해 셀 ID 코드를 사용하는 옵션을 고려했다”며 “하지만 이 코드는 구글 네트워크 동기화 시스템에 통합되지 않았고 해당 데이터는 도착하는 즉시 폐기돼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또 “타 시스템에 연동해 (광고와 같은) 다른 용도로 쓴 적도 없다”며 “시스템 업데이트를 통해 더 이상 셀 ID 코드를 수집하지 않는다”고 했다. 구글이 말하는 메시지 기능은 안드로이드 OS가 전달하는 업데이트 공지 등의 알림을 뜻한다.
맞춤형 광고에 위치정보 사용했나
전문가들은 구글의 이 같은 해명에도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쿼츠는 “구글이 OS 메시지 기능의 단순 개선을 위해 왜 굳이 기지국 정보를 모았는지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업계에선 구글이 해당 데이터를 맞춤형 광고에 상업적으로 활용했을 것이라고 의심한다. 구글은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가로 이용자 정보를 수집한다. 이를 통해 ‘개인별 맞춤형 광고’를 내보내 수익을 낸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올해 3분기 매출은 277억7200만달러였으며, 이 가운데 구글 광고 매출이 240억6500만달러로 86.7%를 차지했다. 위치정보는 맞춤형 광고에서 가장 중요한 정보 가운데 하나다.
맞춤형 광고를 위한 핵심 정보 가운데 하나가 바로 위치 정보다. 이용자가 어디에 있는지 아는 것만으로도 적합한 광고를 제공할 수 있다. 셀 ID 코드의 순서를 확인하면 이동 경로도 확인해 더 적합한 광고를 내보내는 것이 가능하다.
대상을 가리지 않고 위치 데이터를 수집한 것도 문제란 설명이다. 쿼츠는 “공무상 위치가 드러나면 안 되는 공무원이나 가정폭력 피해자 등의 위치정보도 구글로 흘러갔을 가능성이 있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세금·매출 논란도 재점화
현행 위치정보의 보호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은 이용자 동의 없이 위치정보를 수집할 경우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번 사태를 조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서버가 외국에 있어 제대로 조사할 수 없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한 인터넷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이라면 셀 ID 코드를 무단으로 수집하는 일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며 “제대로 된 조사가 될지도 미지수”라고 말했다.
구글은 앞서 한국에서 사진 지도 서비스 ‘스트리트뷰’를 제작하면서 와이파이망의 개인 정보를 무단 수집한 사실이 적발돼 2014년 1월 방통위로부터 2억1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지난달에는 인공지능(AI) 스피커 ‘구글 홈 미니’ 기기에서 오작동이 발생해 사용자가 주고받는 대화를 무작위로 녹음한 것이 드러나 녹음 기능을 삭제하기도 했다.
올해 국정감사에서 지적된 세금회피 문제도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구글은 한국에서 검색과 유튜브 광고, 앱마켓인 구글플레이 수수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수익을 거두고 있지만 이 매출은 한국이 아니라 싱가포르에 있는 구글 아시아퍼시픽 매출로 잡힌다.
구글은 정당하게 세금을 납부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제대로 매출도 공개하지 않아 이를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 업계 반응이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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