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핵심 교육 공약인 ‘고교학점제’가 2022년 전면 도입된다. 이를 위해 내년 100개 학교에서 시범 운영에 들어간다. 고교학점제는 대학에서처럼 학생들이 수업을 선택해 듣고 기준 학점을 충족하면 졸업할 수 있는 제도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7일 서울 한서고에서 이 같은 내용의 ‘고교학점제 추진 방향 및 연구학교 운영계획’을 발표했다. 문 대통령 임기 마지막 해인 2022년 도입을 목표로 고교학점제를 준비해나가겠다는 것으로, 고교학점제 도입 시기를 못 박았다는 의미가 있다.
교육부가 밝힌 고교학점제 도입의 기대 효과는 △입시 중심→학생 성장 중심 △경직되고 획일적인 교육→유연하고 개별화된 교육 △수직적 서열화→수평적 다양화 등 크게 3가지다.
이를 위해 1차로 내년부터 2020년까지 일반고 30개교, 직업계고 30개교를 연구학교로 지정하고 별도로 일반고 선도학교 40곳을 지정해 운영한다. 2019년에도 고교학점제 연구학교와 선도학교를 추가 선정해 3년간 운영키로 했다.
연구학교의 학생들은 원하는 과목을 선택해 개인별 시간표를 짠다. 대학과 유사한 수강신청제를 도입하는 것이다. 학교는 학생 수요에 맞춰 다양한 형태의 선택과목을 개설한다. 교육부는 연구학교에는 학교당 매년 4000만~5000만 원을 지원하고 교과 교사도 충원할 계획이다.
단순한 수업 선택권 확대를 넘어 현행 교육과정과 입시 체제의 근본적 변화를 수반하는 ‘파괴력’을 지닌 정책이라는 점에서 귀추가 주목된다. 학교 현장에서는 “고교학점제 실현을 위해서는 고교 내신 성취평가제(절대평가)가 필수”라고 강조해왔다. 상대평가 방식에서는 학생들이 대입과 직결되는 내신 성적을 신경 쓰지 않고 자유롭게 수업을 선택할 수 없다는 이유다.
만약 고교학점제 시행을 위해 내신 절대평가로 전환할 경우 특수목적고·자율형사립고 문제가 남는다. 우수학생이 몰리는 특목고·자사고의 내신 불이익 우려가 사라져 특목고·자사고 쏠림 현상은 한층 심화될 것이라는 얘기다. 또한 내신을 절대평가로 반영하면 대입도 바뀔 수밖에 없다.
고교 내신 절대평가 전환, 특목고·자사고 폐지, 대입 내신 반영방법 변화, 대학수학능력시험 절대평가 도입 등 고교 체제와 대입 제도 개편이라는 커다란 ‘도미노 효과’를 불러오게 된다.
교육부는 “내신 절대평가는 종합적 검토가 필요한 과제”라며 “연구와 충분한 의견수렴을 통해 구체적 적용 시기와 방법을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연구학교 운영 및 정책 연구를 2020년까지 일단락해 종합 추진계획과 세부 실행방안을 마련하고, 국가교육회의에서 이를 논의한 뒤 현장 의견수렴을 거쳐 2022년 고교학점제를 전면 도입한다는 복안이다.
김 부총리는 “고교학점제는 입시·경쟁 중심의 획일적 교육에서 벗어나 모든 학교에서 다양하고 특색 있는 교육을 제공하고, 학생의 과목 선택권을 확대해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취지”라며 “경쟁에서 승리한 소수만이 아닌 모든 아이들의 성장과 행복을 위한 교육이 될 수 있도록 고교학점제의 성공적 도입에 힘을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나 일선 학교에서는 환영 메시지보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기존 교육과정의 틀을 전면 재편하는 작업인 만큼 현장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교육적으로 바람직한 제도지만 현행 교육과정의 근간인 ‘학년제’와 ‘단위제’(과목)를 완전히 바꿔야 하므로 심도 있는 검토와 철저한 준비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도 “고교학점제의 기본 개념에 대한 합의도 없이 전면 도입하는 것은 위험하다. 연구학교는 고교학점제 도입 전제가 아니라 ‘도입 여부 판단’을 위해 운영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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