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어는 ‘문장 속에서 누구랑 쓰이는지(Collocation)’와 ‘문장 속에서 어떻게 쓰이는지(Context Meaning)’에 대해 생각하며, 반드시 예문과 상황 속에서만 외워야 합니다.
‘Keren Ann’의 감미로운 목소리가 돋보이는 [Not going anywhere]에는 다음과 같은 멋진 가사가 나옵니다.
I like to hear but not to listen, I like to say but not to tell.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해놓은 대부분의 번역을 보면 “나는 듣는 것을 좋아하지만, 듣기를 좋아하지 않죠.” “나는 말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말하기를 좋아하지 않아요.”
도대체, 이게 무슨 말이죠? 아마도, 이 정도로 번역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요? “사람들의 말을 잘 듣는 것 같아도, 그들의 속내에는 관심이 없죠.” “남과 얘기하는 걸 즐기는 것 같지만, 내 마음을 드러내긴 원치 않아요.”
얼마 전 수업 시간에 어휘 문제를 푸는데, 보기에 say, tell, speak, talk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해설지에 네 단어 다 ‘말하다’라고 돼 있어 한 학생이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하였습니다. “왜 다 똑같은 뜻인데 하나만 정답이에요?”
지난 4년 동안 영어 단어에 관한 칼럼을 쓰면서, 정말 많은 질문을 받았습니다. 특히 그중에서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은 ‘과연 단어는 한 번에 몇 개나 외워야 하나요?’였습니다.
그때마다 저의 대답은 한결같습니다. 단어는 ‘문장 속에서 누구랑 쓰이는지(Collocation)’와 ‘문장 속에서 어떻게 쓰이는지(Context Meaning)’에 대해 생각하며, 반드시 예문과 상황 속에서만 외워야 한다고.
Tell apart는 ‘구별하다’라는 뜻이지만, Say grace는 ‘(식전) 기도’라는 뜻입니다. ‘6자 회담’은 Six-party talks라고 하지만, ‘나문희’ 여사님께 최초로 여우주연상을 안겨준 영화 제목은 [I can speak]라고 합니다.
police는 ‘경찰들’이라는 뜻이기 때문에 ‘복수 동사’와 함께 써야 하지만, 반대로 advice는 ‘불가산 명사’이기 때문에 an advice라고 쓸 수 없습니다. 그리고 species는 단/복수가 같기 때문에, s로 끝난다고 해서 무조건 ‘복수 명사’라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또 ‘발생하다’ happen은 자동사이기 때문에 수동태가 없으며, 반대로 discuss는 ‘~에 대해 토의하다’라는 타동사이기 때문에 뒤에 전치사 about을 쓸 수 없답니다. 하지만 talk를 사용하고 싶다면 talk 다음에 꼭 about 같은 전치사를 함께 써야 합니다. 그리고 그렇다고 해도 discuss와 완전히 같은 의미가 되는 것도 아니랍니다.
참 시험에 많이 나오는 문제들인데, 많은 학생들이 그저 단어 뜻만 외우니 시험에서 생각보다 쉽게 정답을 맞히지 못한답니다. 실제로 모 외고 영어 시험에서 affect와 effect를 구분하는 문제가 나온 적이 있는데, 의외로 많은 학생들이 이 문제를 틀렸더라고요. ‘~에 영향을 끼치다’라고 할 때, 동사로 affect를 써야 합니다. effect를 쓰고 싶다면 명사 형태로 have an effect on이라고 해야 합니다.
‘고려하다’ consider는 목적어로 동명사만 쓰기 때문에 to 부정사와 같이 쓰면 틀린 문장입니다. 반대로 ‘~할 여유가 있다’ afford는 목적어로 to 부정사만 쓰기 때문에, 뒤에 동명사를 쓰면 틀리는 것이지요.
끝으로 ‘기소하다’라는 다소 고급 어휘인 indict를 [인딕트]라고 읽는 외고생들도 의외로 많답니다. d가 묵음이라 [인다이트]에 가깝게 발음됨에도 불구하고 단어 뜻만 외우느라 실제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으니 이런 슬픈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지요.
오늘도 많은 학생들이 단어 시험을 위해(?), 열심히 단어 뜻만 외우고 있습니다. 하지만 방향이 잘못되면 속도는 의미가 없듯이 이런 식의 공부는 시간 낭비를 넘어, 영어 공부를 망치는 주범이라고 생각합니다.
언어를 공부하는 데 있어 단어 공부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대로 공부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