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영진 식약처장 "규제보단 산업발전 선도하는 식약처 만들 것"

입력 2017-11-26 19:04
복제약 생산 기준 높이고
중소제약사 해외 수출 지원

생리대 전 성분표기제 도입
대국민 소통 강화할 것


[ 전예진 기자 ]
“식품의약품안전처를 규제 부처가 아니라 서비스 부처로 바꿔놓겠습니다.”

류영진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권위적이고 보수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식약처의 이미지를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류 처장은 “식약처가 식품의약품 허가권을 갖고 있어 대단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처럼 잘못 알려져 있다”며 “식약처에 와서 보니 국민이 생각하는 것 같은 ‘갑질’ 사례는 찾기 힘들었다”고 했다. 규제가 국제적으로 표준화돼 있고 인허가 정보가 인터넷에 모두 공개돼 식약처가 임의로 허가를 내주거나 지연시킬 수 없다는 것이다.

◆“서비스 부처로 환골탈태”

류 처장은 식약처에 대한 인식을 바꾸기 위해 “식약처를 뜻하는 ‘MDFS(Ministry of Drug & Food Safety)’의 마지막 S를 ‘서비스(Service)’로 바꿔야 한다”고 했다. 그는 “예전처럼 규정에 맞지 않으면 민원인이 맞춰올 때까지 돌려보내던 시대는 지났다”며 “공직자라면 국민이 이해하도록 충분히 설명하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서 산업 발전을 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류 처장이 ‘서비스 정신’과 함께 내세우는 것은 ‘소통’이다. 지난 7월 부임한 뒤 살충제 달걀, 생리대 안전성 논란을 겪으며 국민과의 소통의 중요성을 깨달았다고 했다. 그는 “내년부터 달걀 유통단계에서 검사량을 20배로 늘리고 한층 강화된 검사법으로 철저히 관리할 계획”이라며 “만성 위해도 부분은 국민이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새 난각표시법 도입 추진

식약처는 달걀껍데기에 산란일자, 생산농장 고유번호, 사육환경번호를 명기하는 새로운 난각 표시법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류 처장은 “일부 양계 농가가 반대하고 있지만 안전에 대한 요구가 높기 때문에 시간을 두고 시행 시기를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생리대 휘발성유기화합물(VOCs)의 2차 안전성 검사도 이르면 다음달 발표할 예정이다. 벤젠, 스티렌 등 위해도가 높은 성분 10종은 9월 검사를 끝냈고 이번에는 나머지 74종에 대한 것이다. 비휘발성유기화합물인 농약 등 기타 화학물질은 내년 5월까지 3차 검사를 마칠 계획이다. 류 처장은 “세계 최초로 생리대 VOCs 84종과 비휘발성유기화합물 등 모든 성분에 대한 조사 결과가 나오는 것”이라며 “생리대 전체 성분표기제를 시행하고 생산업체와 자율협약을 맺어 VOCs 저감화를 유도하겠다”고 말했다.

◆“신약개발 인프라 지원”

류 처장은 제약산업 발전을 위해 임기 중 ‘의약품 설계 기반 품질관리(QbD·Quality by Design)’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QbD는 의약품 개발부터 투약까지 사전 위험평가를 통해 제품 특성에 맞는 최적의 품질관리를 실시간으로 구현하는 시스템이다. 2007년 의료기기와 의약품에 도입된 우수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KGMP)보다 한 단계 높은 생산 기준이다. 식약처는 중소 제약사의 QbD 도입 지원을 위해 예산을 확보했다. 류 처장은 “미국에서는 QbD 시설이 아니면 복제약 허가를 내주지 않는다”며 “수출을 위해선 생산설비를 QbD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신약 개발을 위한 인프라 지원 계획도 밝혔다. 그는 “한국은 신약 연구개발(R&D) 투자가 지속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전문 인력도 선진국에 미치지 못한다”며 “정부가 전문 인력 양성, 기술 지원, 규제와 제도 정비 등을 통해 신약 개발에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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