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재헌 < 인제대 의대 서울백병원·가정의학과 교수 >
63세 여성에게 갑자기 몸살기운과 함께 왼쪽 옆구리에 통증이 나타났다. 2~3일 후 통증이 있던 부위의 피부가 빨갛게 변하면서 작은 물집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 증상은 2주일 후 조금씩 나아졌다. 이 환자의 진단명은 대상포진이다. 허리띠 모양으로 피부에 물집이 생긴다고 해서 대상포진이라고 불린다. 대상포진은 어릴 때 수두에 걸리면서 몸에 들어온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가 신경절에 잠복해 있다가 몸의 면역력이 떨어질 때 신경을 따라 재(再)발현되면서 발생한다.
환절기에 면역력이 떨어져 바이러스가 활성화되면 대상포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므로, 요즘처럼 추위가 시작되고 일교차가 큰 시기에 더욱 조심해야 한다.
대상포진 환자는 60세 이상이 절반 넘게 차지한다. 가장 많이 발생하는 연령대는 70~79세다. 또 남성보다는 여성 환자 빈도가 높다. 최근에는 암환자, 당뇨병, 결핵, 자가면역질환 등 만성 질환으로 면역이 떨어져 있는 경우에 자주 나타난다. 과도한 업무로 인한 피로 및 스트레스 누적, 우울증, 무리한 다이어트 등으로 인한 영양 불균형 등이 원인이 돼 젊은 연령층에서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대상포진 초기에는 온몸이 쑤시면서 몸의 일부 피부에 통증이 시작된다. 2~3일 후 통증이 있던 부위의 피부가 빨갛게 변하면서 작은 물집이 생긴다. 물집은 가슴과 몸통에 잘 생기지만 눈, 귀, 항문, 사타구니 등 몸 어디에나 나타날 수 있다.
대상포진의 가장 고통스러운 합병증은 ‘대상포진 후 신경통’이다. 바이러스가 신경에 염증을 일으켜 신경절을 손상시키는 것이 극심한 통증의 원인이다. 물집이 생긴 부위에 딱지가 앉은 후에도 30일 이상 지속되거나 반복되는 통증이 특징인데, 이 통증은 수개월이나 수년까지 지속될 수 있어 문제다.
대상포진이 발병한 이후 신경통 발생 위험은 50세 이상에서 높고 고령일수록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 다행히 10여 년 전부터 대상포진 예방접종이 가능해졌다. 50세 이상에서 1회 예방접종을 받으면 50~70%의 대상포진 예방효과를 거둘 수 있다.
대상포진은 피부에 물집이나 붉은 띠가 생긴 지 72시간 이내에 약물치료하면 대부분 2주 안에 사라진다. 처음에는 바이러스를 줄이는 항바이러스제와 진통제 등의 약물을 쓴다. 그러나 발병 후 72시간이 지나면 약으로 큰 효과를 보기 어렵다. 따라서 감기몸살, 근육통 같은 증상이 나타나면서 통증이 심해지는 초기에 통증 부위에 물집이나 발진이 생기지 않는지 주의 깊게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조기 진단과 치료가 대상포진 후 신경통을 예방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강재헌 < 인제대 의대 서울백병원·가정의학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