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바이오주 거품 논쟁… '순간 폭락' 가능성은

입력 2017-11-26 17:18
한상춘의 국제경제읽기

코스닥, 3대 상승요인으로 급등세
미래가치로 상승하는 코스닥 업종
PER 등으로 거품 판단하면 안돼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마침내 코스닥지수가 장중 한때이긴 하지만 800선을 넘어섰다.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11월 이후 꼭 10년 만이다. 성장, 수출, 소득, 소비, 증시, 부동산 등 우리 경제 전반에 걸쳐 반도체 쏠림 현상으로 양극화가 심해지는 상황에서 코스닥지수가 올라가는 것은 그 자체로 반갑고 환영할 만한 일이다.

지난 1년간 코스피지수 상승 속에 외면당했던 코스닥지수가 급등세로 돌아선 가장 큰 요인은 문재인 정부가 지향하는 ‘혁신성장’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중소벤처기업을 육성시킬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유가증권시장에 비해 코스닥시장에서 더 영향력이 높은 외국인 자금이 오랜만에 유입되는 것도 한몫하고 있다. 코스닥 기업실적도 크게 개선됐다.

현재 코스닥지수는 두 가지 문제를 안고 있다. 하나는 상승세가 너무 빠르다는 점이다. 지난 1년간 코스피지수 상승폭을 불과 두 달 만에 갈아치웠다. 특히 바이오와 같은 주도업종일수록 상승세가 빠르다. 코스닥지수와 바이오주의 고점 및 거품 논쟁이 동시에 일어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다른 하나는 유가증권시장과 마찬가지로 ‘쏠림’과 ‘양극화’ 현상이 심하다는 점이다. ‘혁신기업의 자금조달 창구와 일반투자자의 건전한 재산증식’이라는 코스닥시장의 본래 기능을 달성하지 못하고 오히려 기업 간 혹은 계층 간 양극화를 더 심화시키고 있다. 기대가 높았던 일반투자자의 상대적 박탈감은 유가증권시장에 비해 더 심하다.

두 가지 한계로 벌써부터 정책당국이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들린다. 정책결정에 여론을 중시하는 문재인 정부로서도 코스닥 기업의 ‘육성’과 ‘규제’라는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어 그 방향을 설정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분명한 것은 코스닥 정책이 ‘육성’에서 ‘규제’로 갑자기 선회한다면 ‘순간 폭락(flash crash)’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민감한 정책방향 설정에 앞서 먼저 판단해야 할 것은 ‘과연 코스닥지수와 주도업종인 바이오 주가가 거품이냐’ 여부다. 지금 당장 실적보다 앞으로 기대되는 미래가치로 주가가 상승하는 코스닥 업종은 코스피 업종처럼 단순히 주가수익비율(PER), 주가순자산비율(PBR) 등으로 판단할 수 없다.

PER로 거품 여부를 판단하려면 ‘기업가치(value)’가 ‘시장가격(price)’에 잘 반영된다는 전제하에서다. 미국 증시의 거품 여부를 판단할 때 S&P지수를 잣대로 삼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S&P지수 편입업종은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 편입업종과 나스닥지수 편입업종 중 대표업종으로 구성돼 있다. 한국도 코스피 대표업종과 코스닥 대표업종을 중심으로 새롭게 KRX250(가칭) 지수를 만드는 것은 바람직하다.

코스닥 업종 육성과 규제 과제를 동시에 안고 있을 때는 ‘육성’이라는 우선순위에 맞춰 ‘규제’ 정책도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 시장 조성과 행위 면에서 규제정책은 ‘경쟁촉진’과 ‘경쟁제한’ 정책으로 나뉜다. 혁신성장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코스닥시장의 규제정책은 경쟁을 촉진하는 쪽으로 맞춰져야 한다.

경쟁촉진을 통해 코스닥 업종의 육성과 규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시장 조성부터 잘해야 한다. 초기 단계나 성장하는 과정에서 시장 참여자 간에 ‘공정한 경쟁기반(level playing field)’을 마련하는 것이 핵심이다. 특정 기업이 중소기업, 중견기업, 대기업 순으로 성장 사다리를 밟아가면 증시에서도 코넥스, 코스닥, 코스피지수 순으로 편입을 이전시켜 야 쏠림과 양극화를 줄일 수 있다.

시장 구성원의 경쟁행위도 잘 유도해야 한다. 일부 코스닥 기업인처럼 최근 주가 상승을 수익환원(cash out)의 창구로 악용하거나, 주식 전문가라 사칭하는 사람의 투전판 도구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 시장 구성원이 주가 수준, 목표가 등에 의문이 들 때마다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인프라를 마련해줘야 한다.

증권사의 역할도 중요하다. 코스닥지수가 거품인지, 목표가가 얼마인지 모두가 궁금한데 리서치센터, 특히 코스닥 업종 애널리스트를 비수익 부서와 인력으로 생각해 줄이는 것이 ‘고객을 최우선’한다는 전략과는 맞지 않는 행위다. 지속 가능한 생존기반 확충 차원에서 리서치 기능을 더 강화해야 한다.

그 어느 때보다 유관기관의 역할도 절실하다. 수익 우선의 증권사가 자체적으로 코스닥 관련 별도의 리서치센터나 애널리스트를 두기가 어렵다면 금융투자협회 등이 통합 리서치센터를 설립해 코스닥 관련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부서 신설이 부담된다면 현재 자본시장연구원 기능과 연구 인력의 대우를 대폭 강화해 대신하는 방안도 있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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