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필경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책임연구원
전 세계적으로 웰다잉(well-dying)이 유행처럼 번지던 시기에 한국에선 기존의 장례 풍토에 반대하는 ‘작은 장례식’ 캠페인이 있었다.
이 캠페인은 ‘사전장례 의향서’라는 걸 작성하도록 권장했는데, 이는 작성자가 자신의 장례 의식이나 절차를 유족에게 당부의 글로 남기는 일종의 유언장이다. “의향서를 작성해놓고 매일 아침 죽음과 마주하니 하루가 더욱 소중하다”는 이지선 시인(68)의 글을 본 적이 있다. 그는 자신의 장례식이 자식에게 부담을 주거나 보여주기식 품앗이가 되지 않도록 미리부터 이 의향서를 작성했다고 한다.
한국에서 지난해 사망한 사람은 약 28만 명에 달한다. 통계청에서 사망 원인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83년 이후 최다 인원이다. 한국이 세계 최장수국이 될 날이 머지않은 건 사실이지만, 그만큼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도 많다. 따라서 점점 길어지는 노후는 물론 언제 다가올지 모르는 죽음에 대한 준비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노후에 필요한 자금이라고 하면 보통 생활비나 주거비, 의료간병비 등을 떠올린다. 여기에 하나를 더해 장례비용, 즉 임종 준비금까지 챙겨두는 것이 좋다. 장례를 치러 본 경험이 있다면 알겠지만 장례비용으로 생각했던 것보다 더 큰 목돈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평균 장례비용은 1381만원(2015년 기준)에 달한다.
별다른 지병 없이 자택에서 임종을 맞이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대개는 병원이나 요양원, 사설기관에서 마지막을 보낸 뒤 장례를 치르게 된다. 따라서 아무리 ‘작은 장례식’이라고 해도 어느 정도 비용이 들기 마련이다. 너무 늦기 전에 장례 절차나 비용에 대해 알아보자. 나중에 가족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다면 임종에 필요한 돈까지 넣어 노후자금 마련 계획을 세워야 한다. 지금 당장 여유자금이 없다면 종신보험이나 중대질병(CI)보험처럼 사망까지 보장하는 보험을 들어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진정한 은퇴설계는 죽음까지 준비했을 때 비로소 완성된다. 나이 드는 것이 당연하듯, 죽음도 언젠가는 우리를 찾아온다.
노후는 딱 내가 준비한 만큼 여유로워진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윤필경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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