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저축에 대한 패러다임 바꾸기

입력 2017-11-26 15:31
원종훈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세무팀장


고객을 만나 보면 자녀를 위해 적금이나 적립식펀드에 가입하는 사례가 많다. 하지만 연금저축을 들어주는 경우는 쉽게 찾아볼 수 없다. 연금은 노후를 준비하는 금융상품으로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2012년까지 세법도 기본적으로 만 17세 이하 미성년자는 연금저축에 가입할 수 없도록 했다. 2013년 이후 세법을 개정하면서 연금저축에 가입할 수 있는 연령 요건을 폐지했다. 이제는 갓 태어난 아기도 연금저축에 가입할 수 있으며 빨리 준비할수록 더 유리해졌다.

세법에서는 연금저축 명칭으로 설정하는 모든 유형의 계좌를 연금저축계좌라고 한다. 연금저축계좌는 적금 보험 신탁 펀드 등 다양한 형태로 개설할 수 있다. 금융상품의 형태가 다양해도 가입 요건은 같다. 1년에 1800만원까지 납입하고, 연금 수령은 가입기간 5년 이상이며 만 55세 이후에 받을 수 있다. 소득세법에서는 10년 이상 해를 나눠 연금을 수령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국민연금으로 대표되는 공적연금은 노후 보장을 위한 안전장치지만, 국민연금에만 의지하기엔 부족함을 느낄 수 있다. 국민연금은 수급 연령이 65세까지 늦춰지는 추세다. 그래서 공적연금을 받기 전까지 안정적인 노후생활을 위해 사적연금을 통한 보완이 필요하다. 사적연금을 가급적 빨리 가입해야 하는 이유다. 1년에 납입할 수 있는 금액이 1800만원으로 한도가 정해져 있는 만큼 가급적 빨리 가입해야 더 많은 연금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

연금저축을 자녀 명의로 가입할 땐 증여세를 고려해야 한다. 증여재산공제 범위를 초과하는 증여재산에는 증여세가 부과되기 때문이다. 직계비속(자녀·손자)에게 증여할 때 증여재산공제 금액은 5000만원(미성년자는 2000만원)이다. 다만 증여재산공제는 10년을 기준으로 통산해 적용하기 때문에 10년 동안 증여재산공제 금액인 5000만원(미성년자는 2000만원)까지 증여세 면제 효과가 있다. 1년 단위로 환산하면 500만원(미성년자녀는 200만원)까지 증여세가 없고, 월 단위로 환산하면 41만원(미성년자녀는 16만원)까지는 증여세가 없다. 미성년자는 매월 16만원씩 납입하는 연금저축은 증여세 부담 없이 가입할 수 있다.

증여세를 내고 연금저축에 가입하는 방법도 있다. 자녀가 납입해야 할 현금 재원에 대해 증여세를 내고 가입하는 방법이다. 세법에서는 적금이나 적립식펀드와 같이 매월 또는 매년 동일한 금액으로 적립하는 금융상품을 증여할 때 세무적으로 유리하게 평가하는 규정이 있다. 매월 또는 매년 납입할 적립금액을 연 3%로 할인한 현재 가치로 평가해 증여세를 계산할 수 있다. 연금저축도 같은 방식으로 평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갓 태어난 자녀에게 매월 50만원씩 20년 동안 내주는 연금저축에 대한 증여세를 계산해보자. 매월 50만원씩 20년 동안 낼 경우 실제로 지출하는 금액은 1억2000만원이지만 세법상 평가액은 9200만원 수준으로 낮아진다. 이 금액을 기준으로 증여세를 계산하면 670만원 정도다. 증여세를 대납하는 것까지 고려하더라도 증여세는 740만원 수준이다. 740만원의 증여세를 가입 시점에 부담하면 매월 50만원씩 20년 동안 납입하는 연금저축을 자녀에게 증여할 수 있다.

이렇게 미래에 납입할 연금저축을 현재 가치로 평가해 증여하면 세무적으로 두 가지 측면에서 유리해진다.

첫째, 미래에 증여할 연금저축 납입액을 연 3%씩 할인해 현재 가치로 평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둘째, 20년 동안 나눠 내지만 첫회 납입하는 시점을 증여 시점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증여 시점을 앞당길 수 있다.

10년 단위로 합산해 상속세와 증여세를 계산하는 걸 고려하면 재차 증여하거나 상속이 개시되는 경우 합산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원종훈 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세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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