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집단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합리적인 공론화마저 원천봉쇄되는 경우가 늘고 있다. 특히 규제 개혁, 시장 개방 관련 토론회가 열릴 때마다 직능·업종 이익집단들이 실력 저지에 나서는 게 당연시되는 분위기다. 어제오늘 일은 아니지만, 요즘 들어 그 빈도나 강도가 부쩍 높아지고 있다.
지난 20일 국회에서 열린 스타트업 규제개선 정책토론회는 카풀 앱 서비스 ‘풀러스’에 대한 강력 규제를 요구하는 택시업계 단체들의 단상 점거로 무산됐다. 최근 논란을 빚은 카풀 앱 규제가 필요한지, 고쳐야 할 낡은 규제인지 토론할 기회조차 막아버린 것이다. 앞서 한·미 FTA 개정 관련 공청회(10일)도 농축산 단체들의 반대시위로 논의도 못 해 보고 끝났다. 이들은 “쌀 한 톨, 고기 한 점 양보할 수 없다”는 주장이어서 내달 1일로 예정된 2차 공청회도 파행이 우려된다.
기득권에 조금만 영향이 있으면 머리띠를 두르고 확성기를 켜는 경우가 너무 많다. 전문자격증 문호 개방, 헬스케어 원격의료, 의약품 판매채널 확대 등은 운만 띄워도 관련 단체들의 집중포화가 쏟아진다. 이익집단은 기득권 유지에 급급하고, 정부당국은 수수방관하며, 정치권은 표(票)를 의식해 지키지도 못할 약속을 남발한다. 이렇게 온존하는 진입장벽은 스타트업들이 도저히 넘을 수 없는 ‘통곡의 벽’이다. 사업구상 단계에서 규제를 의식해 포기하고, 글로벌 100대 스타트업의 사업 중 70% 이상은 시작도 못 하거나 제한되는 나라에서 어떻게 혁신창업이 활성화될 수 있겠나.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해 세계가 혁신 경쟁 중인데, 유독 한국만 ‘규제의 갈라파고스 섬’이 돼 간다. 이익집단을 설득하지 않고, 선거의 표로만 여기면 그 귀결은 혁신 불능사회다. ‘21세기판 적기(赤旗)조례’를 깨는 게 진짜 개혁이고, 청년 취업절벽도 해소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