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병석의 이슈프리즘] 4차 산업혁명이 보내온 경고

입력 2017-11-23 18:12
차병석 편집국 부국장 chabs@hankyung.com


많은 사람이 4차 산업혁명으로 일자리가 줄어든다고 생각한다. 작년 초 다보스포럼에서 4차 산업혁명이란 화두를 던진 클라우스 슈바프 세계경제포럼(WEF) 회장의 전망이 각인돼 있어서다. 슈바프 회장은 다보스포럼에서 “4차 산업혁명으로 선진국 등 15개국에서 2020년까지 210만 개의 일자리가 생기겠지만, 710만 개의 일자리는 없어질 것”이라고 단언했다. 인공지능(AI)과 로봇이 인간을 대체해 3년 안에 50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는 얘기다. 4차 산업혁명이란 말만 나오면 일자리 걱정부터 하게 된 이유다.

디지털 기업은 '일자리 화수분'

그러나 4차 산업혁명이 일자리를 줄이기는커녕 늘릴 것으로 보는 전문가도 많다. 역대 산업혁명 과정에서도 일시적으론 일자리가 줄었지만 신산업 출현이 새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었다는 경험칙에서다. 지금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고 있는 신기술 기업들만 봐도 그렇다.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며 세계 유통시장을 장악해 나가고 있는 아마존의 종업원 수는 지난 9월 말 현재 54만1900명이다. 작년 같은 시기 30만 명에서 1년 동안 24만 명이나 늘렸다.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의 직원 수 9만9381명의 다섯 배가 넘는다. 올 6월 말 기준으로 직원 수가 2만658명인 페이스북도 내년 말까지 안전·보안 분야 직원만 현재 1만 명에서 2만 명으로 늘릴 예정이다. 2007년 150여 명에 불과하던 이 회사 직원 수는 지난 10년간 140배 가까이 늘었다.

중국의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는 1999년 17명으로 사업을 시작해 창업 18년 만에 5만 명으로 직원을 늘렸다. 마윈 회장은 올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만나 미국에서만 앞으로 100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호언하기도 했다.

더 주목해야 할 것은 4차 산업혁명 기업들이 창출한 일자리의 총량이 아니라 성격이다. 4차 산업혁명은 한마디로 전면적인 디지털화(digitalization)다. 사람의 행동, 사물의 이동, 서비스 행태 등 모든 정보를 디지털화해 빅데이터로 쌓고, 인공지능이 이걸 활용해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게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기본적 가치사슬(value chain)이다.

이를 위해선 단순 노동자가 아니라 고급 디지털 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새로운 지식과 시각으로 문제를 읽어내고 새로운 디지털 도구로 창의적 해법을 찾을 수 있는 인재들이다. 페이스북의 직원 평균 연봉이 3억원 대라는 사실이 이를 말해준다. 미국 캐나다 등 북미 지역 238개 도시가 아마존의 제2 본사 유치 경쟁에 뛰어든 것도 이런 고급 일자리를 탐내서다. 아마존은 제2 본사에서만 5만 명을 고용할 계획이다.

공공일자리 늘리고 있을 때 아냐

4차 산업혁명으로 새롭게 열릴 제 품과 서비스 시장을 차지하는 국가 가 고급 디지털 일자리를 선점하는 것은 당연하다. 미국과 중국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디지털 패권’을 놓 고 벌이는 치열한 경쟁도 결국은 일 자리 전쟁이라고 봐야 한다.

미국과 중국이 미래 일자리를 놓고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이는 틈바구니에 서 한국은 무엇을 하고 있나. 국민 세 금으로 청년들에게 공공 일자리를 나 눠주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로 ‘철밥 통’을 늘리고,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 간 단축으로 기업의 일자리 창출을 발 목잡는 게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르는 신 선놀음은 아닐까. 지난해 국내 제조업 에서만 일자리 14만 개가 사라졌다는 사실은 4차 산업혁명이 우리에게 보내 는 강력한 ‘경보음’임에 틀림없다.

차병석 편집국 부국장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