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드라마 130편 '봇물'…제작시장 호황 예고

입력 2017-11-23 18:01
유재혁 전문기자의 문화산업 리포트

드라마 제작 춘추전국시대
쇼박스도 가세…두 편 제작
스튜디오드래곤, 25~30편
제이콘텐트리도 12편 추진
지상파·종편 방영시간 확대

캐스팅 전쟁과 부작용 우려
주연급 모시기 경쟁 격화
아이돌스타 몸값도 급등
물량 증가 따른 품질 저하
광고시장 정체 수익성 '글쎄'


[ 유재혁 기자 ]
오리온그룹 계열 영화투자배급사 쇼박스는 내년 신사업으로 드라마 2편(연속극 타이틀 수 기준)을 제작해 TV에서 방영할 계획이다. 웹툰 원작인 ‘이태원 클라쓰’와 ‘대세녀’ 등을 대본화하고 있다. 24일 상장하는 국내 최대 드라마 제작사인 CJ 계열 스튜디오드래곤은 올해 22편의 드라마를 제작한 데 이어 내년에는 25~30편을 만들 방침이다. 중앙일보 계열 제이콘텐트리는 드라마 제작 편수를 올해 7편에서 내년 12편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주요 TV 채널이 드라마 방영시간을 확대하면서 제작사가 물량을 대폭 늘리기 위해 준비 중이다.

23일 한국경제신문이 지상파와 케이블방송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올 한 해 제작된 드라마는 KBS 23편, MBC 29편, SBS 21편, tvN 18편, JTBC 12편 등 총 109편에 달했다. 내년에는 이보다 20편 정도 많은 130편 안팎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주말드라마만 하던 종합편성채널 JTBC는 내년엔 연중 내내 월화드라마를 정규 편성하기로 했다. 첫 월화드라마로 ‘그냥 사랑하는 사이’를 다음달부터 방영한 뒤 내년 2월 ‘으라차차 와이키키’를 내보낸다. 오락채널 tvN도 지난달 처음 선보인 수목극을 내년에는 연초부터 정규 편성할 계획이다. ‘부암동 복수자들’이 호응을 얻은 데 이어 ‘슬기로운 감빵생활’을 방영 중이다.

정부가 종편 채널 심사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힘에 따라 다른 종편들도 드라마를 강화할 움직임이다. TV조선은 다음달 새 일일극 ‘너의 등짝에 스매싱’을 내보낸 데 이어 내년 1월부터 사극 ‘대군’을 방영한다. 채널A 등도 드라마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동영상 스트리밍업체 넷플릭스는 내년 한국 드라마 ‘킹덤’과 ‘좋아하면 울리는’을 방송할 계획이다. 넷플릭스는 또 스튜디오드래곤과 새 드라마를 공동 제작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다. 워너브러더스도 스튜디오드래곤과 2년 내 새 드라마를 공동 제작할 계획이다.

월화극 등 미니시리즈가 정규 편성되면 20부작 기준 5편, 16부작 기준 6편이 연간 새로 제작된다는 의미다. 최근 드라마 사이클이 짧아지면서 12부작, 8부작, 4부작 드라마가 나왔다. KT 계열 IPTV인 올레TV가 내년 초 3편의 웹드라마를 선보이기로 하는 등 IPTV 3사의 웹드라마까지 합치면 드라마 제작 편수는 대폭 늘어난다.

드라마 제작사 관계자는 “내년에는 올해보다 최소 20편 이상 늘 것으로 보고 준비 중”이라며 “캐스팅 전쟁이 격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내년에 미니시리즈만 80편 정도 제작된다고 가정하면 160명의 스타급 주인공이 필요해진다. 스타급 연기자는 계약을 일찌감치 마쳐 더 이상 찾을 수가 없다. 급성장한 신인 양세종이나 우도환 등의 몸값도 치솟았고, 아이돌 스타를 대상으로 영입 경쟁도 가열되고 있다. 영화 ‘범죄도시’와 ‘부라더’로 잇따라 히트한 조연급 마동석 등도 상한가다.

드라마 제작물량이 급증하면서 품질은 떨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양질의 배우와 스태프는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방송광고 시장이 정체 내지 감소 추세여서 방송사의 드라마 수익성도 떨어질 전망이다. 그나마 중국 시장이 점차 풀리는 등 해외시장에서 한국 드라마 수요가 커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방송사의 한 관계자는 “tvN과 JTBC가 드라마 편성을 늘리는 것은 인지도를 끌어올려 지상파와 대등한 경쟁력을 갖추겠다는 전략”이라며 “내년에는 미디어와 콘텐츠 시장이 크게 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재혁 문화부 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