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2시간에 100만달러씩 날리는 테슬라

입력 2017-11-23 08:50
수정 2017-11-23 15:43

“와우!”

테슬라는 지난 16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 호손에서 전기 트럭인 '테슬라 세미' 공개 행사를 열면서 깜짝쇼를 벌였습니다. 예정에 없던 빨간색 4인승 신형 로드스터를 공개한 것입니다. 이 차는 정지 상태에서 시속 60마일(97㎞)까지 걸리는 시간(제로백)이 1.9초에 불과할 정도로 빠릅니다. 한 번 충전에 약 1000㎞를 갈 수 있다고도 했습니다.

테슬라는 올들어 투자자나 대중으로부터 의심스런 시선을 받아왔습니다. 모델 3 생산병목 현상으로 인해 제대로 공급을 못해주고 있어섭니다. 지난 7월말 생산에 돌입한 모델3는 3개월간 당초 목표량의 17%인 260대를 생산하는 데 그쳤습니다. 지금도 생산 지연은 여전합니다. 이 때문에 올 3분기 6억1940만달러의 순손실을 냈습니다.

블룸버그는 테슬라가 지난 12개월 동안 분당 8000달러, 한 시간에 48만달러의 현금을 소진하고 있다고 22일 보도했습니다. 이 돈은 모델3 생산 공장을 세우고 세미트럭 등을 개발하는 데 소요됐습니다.

하지만 모델3 양산이 늦어지면서 현금은 점점 고갈되고 있습니다.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6일 공개한 로드스터를 사려면 선불로 5만달러를 내라고 공지했습니다. 2020년 생산 예정인데도 말입니다. 1000대 한정 모델인 '파운더 시리즈'를 사려면 차 값 25만달러를 미리 다 내야합니다. 세미트럭도 2019년 나오지만 5000달러를 내야 주문을 받습니다. 테슬라는 현재 모델S 등을 살때도 미리 5만달러를 예치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돈이 없다보니 다 선불로 파는 겁니다.

블룸버그 분석에 따르면 테슬라는 2018년 중반까지 최소 20억달러의 신규자금을 조달해야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이미 석달 전에 5%대 금리로 18억달러를 조달했지만, 매일 1000만달러 이상을 날리다보니 추가 채권 발행이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당시 발행했던 채권값도 급락해 현재 1달러당 94센트 수준까지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과연 테슬라가 이 위기를 이겨내고 백조로 재탄생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