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려도 괜찮아"…배우 정해인이 밝힌 행복 비결 [인터뷰]

입력 2017-11-23 07:31
영화 '역모-반란의 시대' 김호 役 정해인 인터뷰



"'대세 배우'라는 수식어, 감사하면서도 부담스러워요."

이 배우, 어디 있다 이렇게 늦게 떴나 싶다. 드라마 '도깨비', '불야성'으로 얼굴을 알리고 '당신이 잠든 사이에'로 최고의 라이징스타가 된 정해인이 이번엔 영화 '역모'로 스크린 사냥에 나선다.

23일 개봉하는 영화 '역모-반란의 시대'(감독 김홍선)는 조선 후기에 일어났던 이인좌의 난을 소재로, 역사에 기록되지 않은 하룻밤 사이 왕을 지키려는 조선 최고의 검 김호와 왕을 제거하려는 무사 집단의 대결을 그린 무협 액션물이다.

정해인은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갖고 촬영 뒷이야기부터 배우로서 성장 과정 등을 솔직하게 털어놨다.

"'역모'는 2년 반 전에 촬영한 작품이에요. 와이어 없이 모든 액션을 제가 다 소화해야 해서 정말 힘들었어요. 보통 상업 영화는 합을 미리 숙지하고 투입되는데 저희는 현장에서 합을 짰거든요. 그 자리에서 습득하고 투입되다 보니 훨씬 힘들었죠."

'역모'는 1시간 40분 러닝타임 내내 피 튀기는 대결이 펼쳐진다. 칼로 하는 액션은 부상 위험이 크기 때문에 항상 조심해야 하는 신이다. 부상 없이 마치기 위해 긴장하고 체력 소모가 심했던 정해인은 촬영 기간 내내 진통제를 달고 살았다고.


그는 손등에 남은 U자 모양의 상처 자국을 기자에게 보여줬다. 촬영 당시 손등 살이 패는 부상을 당했고 꿰맬 시간이 없어 천으로 칭칭 감아뒀던 게 그대로 흉터로 남은 것이다. 정해인은 이를 보고 '영광의 상처'라고 말했다.

"그렇게 힘들었는데도 액션이 또 하고 싶어요. 하면 할수록 매력 있는 장르거든요. '역모' 때는 신인이었기 때문에 연기적으로 아쉽지만 겁이 없어서 더 과감하게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느낀 점이 참 많은 영화죠."

2014년 드라마 '백년의 신부'로 데뷔 당시 정해인의 나이는 27살. 비슷한 나이의 주연 배우들에 비하면 데뷔 시기가 꽤 늦은 편이다. 이후 드라마 '삼총사', '그래 그런거야', '불야성', 영화 '장수상회' 등에 출연하며 쉴 틈 없이 연기 활동을 해왔다.

특히 '도깨비'에서 김고은의 첫사랑 '태희' 역을, '당신이 잠든 사이에'에서는 수지를 짝사랑하는 경찰 '한우탁' 역을 맡아 큰 사랑을 받았다.

"사실 연기에 대한 생각이 전혀 없었어요. 원래는 생명공학 연구원이 되려고 했죠. 학창시절엔 동그랗고 통통한 아이였는데 수능이 끝나고 살이 확 빠졌고, 그때 길거리 캐스팅이 됐어요. 호기심에 연기를 해봤는데 신선하고 충격적이었죠."

정해인은 연기를 시작하고 지금까지 이룬 것에 대해 크게 감사함을 느끼고 있었다. 자신이 건강하고 부모님이 잘 계시는 것도,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자체도 감사하단다. 그는 작은 것에 행복을 느끼며 주변 사람까지 행복하게 만들 것만 같은 사람이었다.


"저는 제가 가진 것을 높게 보지 않아요. 이게 제가 행복해지기 위한 방법이죠. 주변만 둘러봐도 저보다 어린 친구들이 톱스타인 경우가 많잖아요. 그렇게 보면 저는 한없이 불행해져요. 하지만 시각을 조금만 다르게 하면 행복해질 수 있죠."

'감사'와 '행복'이라는 단어가 셀 수 없이 들렸다. 인터뷰를 하는 이 상황도 감사하다는 정해인이다. '성격이 원래 진지한 편이냐'고 묻자 "재미없다는 말을 가장 많이 듣는다. 예능을 왜 다큐로 받아들이냐는 이야기도 많이 듣는다"고 털어놔 웃음을 자아냈다.

향후 활동 계획에서는 그의 연기 열정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그동안 밝은 캐릭터를 맡아온 정해인은 위험하더라도 모험을 한 번 해보고 싶다고.

"내면에 어두움을 가진 캐릭터에 도전해보고 싶어요. 제가 두려워하는 것을 해봐야 어디가 부족한지 알 수 있거든요. 위험하더라도 신인의 패기로 해보려고요. 팬들이 원하는 로맨틱코미디도 언젠간 하지 않을까요?(웃음)"

한예진 한경닷컴 기자 geni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