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종 교수 “JSA 귀순자, 소녀시대 '지(Gee)' 듣고 간단한 농담 할 정도로 호전”

입력 2017-11-22 15:23
수정 2017-11-22 15:25
현재 물 정도 섭취 가능…이르면 이번 주말께 일반 병실 이동 예정
소녀시대 ‘Gee’ 틀어줘…걸그룹, 야구 이야기 주로 해
합동신문은 최소 한 달 정도는 지나야 가능할 듯


지난 13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서 귀순하다 총상을 입은 북한군을 치료 중인 이국종 아주대병원 교수(경기남부 권역외상센터장·사진)가 22일 오전 11시 환자의 상태에 대해 2차 브리핑을 열어 “환자는 25세의 오 모씨며 미남형이고, 빠른 속도로 호전되고 있다”며 “이르면 이번 주말께 일반 병실로 옮길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국종 교수는 “왼쪽 팔에 관통상으로 인한 혈류장애가 심해 절단을 고려했지만, 예후가 좋아 그렇게 하지 않기로 했다”며 “기생충 문제의 경우 물 섭취가 가능해지면서 바로 구충제를 대량 투입, 약이 잘 들어 해결됐다”고 말했다. B형간염에 대해선 “이것은 만성 질환이기 때문에 내과 치료를 적절히 받으면 별다른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이 날 귀순자의 병실에 태극기가 붙어 있는 모습을 공개했다. 그는 “환자가 예상보다 매우 빠르게 회복 중이고, 성격이 과묵하고 착하다”라며 “현재 물 정도 마실 수 있는 수준이고, 음식물은 먹지 못하는 상황이지만 간단한 이야기는 나눌 수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또 “기도 삽관 제거 후 의식이 회복되는 과정에서 걸그룹 소녀시대의 ‘지(Gee)’를 틀어줬다”며 “내가 록음악을 좋아해서 원곡과 함께 록 스타일로 리메이크된 곡들도 들려줬더니 오리지널이 더 좋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 교수는 “우울증이 오지 않도록 정신과 진료도 병행하고 있고, 최대한 환자가 기분 좋은 상태를 유지하도록 노력 중”이라며 “이 환자와 만나면 걸그룹, 야구 이야기를 주로 나눈다”고 말했다. 또 “이 친구가 걸그룹과 미국 영화를 아주 좋아한다”며 “영화 ‘트랜스포터’를 우연히 함께 보는데 주연배우 제이슨 스태덤이 자동차를 모는 장면을 보고 ‘나도 운전을 했다’”고 덧붙였다.


합동신문 가능 여부에 대해선 “적어도 한 달 정도는 지나야 가능할 것 같으며, 이에 대해선 정경두 합참의장에게도 건의했다”며 “합참 측에서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나이를 빼곤 내 쪽에서 먼저 뭔가를 물어본 적은 없다”며 “몸도 아픈데 관련 내용을 떠올리면 얼마나 아프겠나”라고 말했다. 또 “귀순 과정에 대해선 ‘총 맞은 곳이 너무 아팠다, 군대 다신 가고 싶지 않다’ 등의 이야기 말곤 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이날 3시간이 넘은 브리핑 중 약 3분의 2를 국내 중증외상진료 시스템 부재에 대한 아쉬움, 귀순자 상태에 대한 언론의 자극적 보도에 대한 격앙된 심정을 토로하는 데 할애했다. 그는 “한국에선 중증외상진료 시스템이 제대로 운영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죽는 건 하나도 겁이 안 나지만, 이런 시스템 상에서 온갖 일을 겪는 게 고통스럽다”고 털어놓았다. 또 “지금 우리 센터에 150명의 환자가 있는데, 매일 환자들 돌보고 수술하느라 정신이 없기 때문에 인터넷 기사를 볼 시간이 없는데 귀순자 관련 정보가 어떤 경로인진 모르지만 새어 나갔다고 들었다”며 “환자 상태가 어떻게 변할지 알 수가 없기 때문에 통제를 했는데, 보안 유지가 안된 것이 무척 혼란스럽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일각에서 나온 ‘수술 상황 브리핑 관련 환자 인격모독 논란’에 대해 “의사로서 인권을 지키는 가장 중요한 길은 환자의 목숨을 살리는 것”이라며 “그런 논란에 신경쓰고 싶지 않지만 힘든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수원=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