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끗 차이] '김장포기족' 덕분에 대박난 곳 따로 있네

입력 2017-11-22 08:30
수정 2017-11-22 10:22
사먹는 김치 늘어나면서 '소형' 판매 증가
150L 이하 용량, 다양한 디자인 '눈길'



날씨가 부쩍 추워지면서 김장하는 손길이 분주해지고 있다. 예전처럼 대가족이 둘러앉아 몇백포기를 하던 시절은 아니지만, 겨울을 준비하는 음식의 대표 주자는 여전히 '김치'다. '김치냉장고'라는 가전제품이 탄생한 배경도 우리 특유의 '김장 문화'에서 비롯됐다.

최근 몇 년동안 김치는 '고염식품'으로 지목되며 홀대를 받았다. 맞벌이가 늘고 가족수가 줄면서 김치를 '담그기' 보다는 '사먹기'가 보통이 됐다. 김장의 풍경도 달라졌다. 1박2일에서 당일치기가 됐다. 배추를 전날 사서 씻어서 절였다가 다음날 김장하는 것에서, 절임배추를 사서 담그는게 보통이 됐기 때문이다.

심지어 젊은층을 중심으로 김장을 포기한다는 '김포족'까지 등장했다. 김치냉장고 시장도 더불어 쪼그라들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Gfk코리아에 따르면 김치냉장고 시장은 올해 8월까지 누적으로 전년동기대비 5.7% 감소했다. 금액 기준으로는 1.5% 줄었다.

이러한 추세에도 조용히 인기를 보이고 있는 부분이 '소형 김치냉장고'다. 150L 이하의 김치냉장고로 문이 1~2개의 형태다. 외관만 보면 소형냉장고와 비슷하다. 1~2인 가구가 늘어난데다 포장김치를 사먹다보니 보관용량이 클 필요가 없어 인기를 끌고 있다.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도 매력적이다. 작은 크기에도 에너지효율 1등급을 달성한 제품들도 많은 편이다.

업계에서는 150L 이하 소형 김치냉장고 시장규모를 10만대 정도로 보고 있다. 올해에는 이를 넘어설 것이라는 추정이다. 실제 김치냉장고 성수기인 11월들어 소형 김치냉장고는 높은 판매고를 나타내고 있다.

동부대우전자가 원도어(One-door) 스탠드형으로 내놓은 102L 김치냉장고인 '클라쎄 다목적 김치냉장고'는 소위 대박을 쳤다. 월 판매량이 4000대를 기록했다. 올해 들어서만 3만대 가까이 팔려 2013년 출시된 이래 누적판매량이 8만대에 달한다. 출시 초기에 1년동안 1만대 가량 팔렸던 것과 비교하면 가파른 속도다.

회사 관계자는 "숙성보다는 김치를 그때그때 꺼내먹을 수 있도록 알맞은 온도로 보관하는데 특화된 제품이다"라며 "기존 대용량 김치냉장고 대비 4분의 1 크기로 공간효율성이 뛰어난 점이 특징이다"라고 설명했다.

김치냉장고의 명가로 꼽히는 대유위니아는 소형 김치냉장고 브랜드도 있다. '딤채 쁘띠'로 감각적인 디자인과 컬러에 김치냉장고 본연의 보관 기능이 특징이다. 김치를 단기간에 숙성시킬 수 있는 '하룻밤 숙성 기능'이나 김치냉장고 내부의 온도 편차가 커지는 순간 냉기를 투여하는 '스마트 쿨링' 기능이 있다.

귀여운 이름 만큼이나 디자인과 색상이 특징이다. ‘원 도어디자인’으로 제품 테두리를 부드러운 곡선으로 처리해 깔끔하면서도 세련된 이미지를 강조했다. 레드, 크림, 민트, 핑크, 블루, 화이트, 라임 등 총 7가지 파스텔톤 색상도 개성만점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소형 김치냉장고를 주로 뚜껑식으로 선보이고 있다. 위로 여닫는 뚜껑이 1개인 형태로 용기를 쌓아서 보관할 수 있다. 가로와 세로가 70cm 안팎이어서 주방이 좁다면 틈새에 놓아도 될 수 있을 정도다. 제품에 따라서는 용기를 8개까지 보관이 가능해 적은 양의 다양한 김치를 보관하기에 적당하다.

업계 관계자는 "대형 김치냉장고의 경우에는 집안 크기나 사정 등을 고려해 미리 대비해 사지만, 소형의 경우 김장철에 닥쳐서 사는 경우들이 많다"며 "11월에 김치냉장고 판매량 중 소형 비중이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김치냉장고의 역사는 1984년 LG전자(당시 금성사)가 'GR-063'을 출시하면서 시작됐다. 아담한 사이즈로 유효 용량은 45L였다. 따지고 보면 김치냉장고가 작아진 게 아니라 시작부터 '소형'이었던 셈이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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