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 철수설' 와중에 노·노 갈등까지…30만 일자리 날릴 위기

입력 2017-11-21 17:30
수정 2017-11-22 05:50
다시 커지는 '일자리 경고음'

일감 줄자 일자리 놓고 노·노 갈등
하청노조 "생산량 줄어도 고용 보장하라" 파업
정규직노조 "일감 없는데 외주 줄이는 건 당연"
사측 "제때 생산 못하면 국내 배정물량 더 줄어"


[ 강현우 기자 ]
한국GM 창원공장 사내하청 근로자들로 구성된 금속노조 한국GM창원비정규직지회가 ‘총고용 보장’을 요구하며 파상적인 파업을 벌이고 있다. 생산량 감소에 따라 회사가 하청업체에 아웃소싱 주던 일감을 정규직이 담당하도록 하는 ‘인소싱’ 때문에 일자리를 위협받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같은 금속노조 소속인 창원공장 정규직 노조는 “비정규직지회의 파업이 지금처럼 계속되면 회사도 사내하청 일감을 줄일 수밖에 없다”며 회사 측을 지지하고 있다. 일자리를 둘러싼 ‘노노갈등’으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노노갈등 왜 불거졌나

금속노조는 21일 경남 창원 성주동 한국GM 창원공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GM은 사내하청 우선해고를 중단하고 물량 축소 시 정규직 고용을 유지하기 위한 근로시간 단축이나 순환휴직 등을 사내하청 근로자에게도 똑같이 적용하라”고 요구했다. 금속노조는 또 “사내하청 근로자가 파업할 때 회사가 그 자리에 정규직 직원을 투입해 파업권이 무력화되고 있다”며 “고용노동부는 이 같은 ‘불법 대체근로’를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행 노조법상 회사가 파업 근로자 자리에 그 회사 소속의 다른 근로자를 투입하는 대체근로는 합법이다. 고용부는 사내하청 근로자 파업 시 원청 소속 정규직이 일하는 것도 적법으로 해석하고 있다. 외주화했던 일감을 다시 정규직 몫으로 되돌리는 것은 회사의 경영상 판단이라는 취지다. 그럼에도 금속노조는 이런 조치를 불법으로 몰아가고 있다.

이날 금속노조는 “창원공장에서 최근 50여 명이 정리됐고 연말까지 창원공장 100여 개, 부평공장 60여 개 일자리의 인소싱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부평공장에는 2000여 명, 창원공장에는 700여 명의 사내하청 근로자가 일하고 있다.

사내하청은 제조업에서 파견이 금지된 현행 노동법 체제에서 기업이 고용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해 활용하는 수단이다. 노조의 보호를 받는 정규직 해고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불경기에는 사내하청 업체와의 계약을 해지해 정규직 일자리와 회사의 생존을 유지하는 것이 현실이다. 한국GM 군산공장은 크루즈·올란도 등의 유럽 수출이 끊기면서 2014~2015년 사내하청 일감을 전부 정규직으로 이전했다. 이 과정에서 사내하청 소속 1000여 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금속노조도 이 같은 방식으로 정규직 일자리를 지키는 데 암묵적으로 동의해왔다.

◆GM 철수 부추기나

정규직 위주로 구성된 금속노조가 사내하청 일자리 보호를 들고 나온 것은 정부의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에 기조를 맞춰 세력을 확장하려는 의도로 노동계에선 보고 있다. 정규직 노조인 금속노조 한국GM지부 창원지회의 이두희 지회장은 “창원공장을 장기투쟁 사업장으로 만들어 전국적인 비정규직투쟁 거점으로 삼겠다는 의도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이 지회장은 또 “창원공장은 생산물량 부족으로 다수의 조합원이 생계에 위협을 받고 있다”며 “비정규직지회가 파업을 강행하는 것은 창원공장의 미래 불확실성을 앞당기겠다는 의도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정규직 일자리 보호가 우선이라는 얘기다.

한국GM은 이에 대해 “노사가 단결해 경쟁력을 회복해야 할 시기에 파업으로 제때 생산을 못하면 국내 배정 물량이 더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 6월부터 시작된 하청근로자 파업으로 완성차 2500여 대, 엔진 8000여 개의 생산 차질이 빚어진 것으로 회사 측은 파악했다.

정규직 인건비 상승에 따른 실적 악화로 ‘철수설’까지 나오는 판에 사내하청 문제까지 불거지면 미국 제너럴모터스(GM) 본사가 실제로 한국을 떠나는 빌미만 제공해주는 꼴이 될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국GM이 철수하면 본사(1만7000여 명)와 협력업체 임직원 30만여 명이 일자리를 잃을지 모른다는 게 노동계의 분석이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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