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인생코치‘로 유명한 토니 로빈스(미국)는 자신의 별장이 있는 피지(Figi)에 갈 때마다 특별한 골프 연습을 즐긴다. 별장 베란다에서 바다로 티샷을 마음껏 날리는 것이다. 백만장자의 사치스런 취미라는 비아냥이나, ‘환경파괴행위 아냐?’라는 뜨악한 시선을 그는 전혀 의식하지 않는다. 그가 날리는 골프공이 100% 물고기 사료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스페인 사업가인 앨버트 부스카토가 우연한 계기로 발명한 친환경 ‘에코바이오 골프볼’이다. 물고기들이 좋아하는 사료 성분으로 만든 생분해 플라스틱이 주성분인데다, 껍질 안에 들어있는 코어는 ‘진짜’ 물고기 밥을 넣어 만들었다는 게 골프볼을 판매하고 있는 알부스 골프 측의 설명이다.
물속에 들어가면 36시간 안에 표면이 분해되기 시작해 물고기들이 뜯어먹기 좋은 상태로 부드러워지며, 28일이 지나면 물과 반응해 완전히 분해돼 사라진다는 것이다. 회사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 요구하는 생분해도 기준 시험을 모두 통과해 무독성 판정을 받은 뒤 2010년부터 인터넷을 통해 골프볼을 판매해오고 있다. 가격은 100개들이 한 박스에 116달러. 일반 플라스틱으로 만든 골프공의 20~30% 수준이다.
회사 측은 “바다위를 수 십일씩 여행하는 크루즈 여행사나 요트회사,포시즌 같은 태평양 연안의 호텔 리조트들이 물고기밥 골프공을 사가는 큰 손 고객”이라고 귀띔했다.단점은 있다. 진짜 골프공보다는 비거리가 조금 덜 나간다는 것이다. 물고기밥 골프공 애용자인 로빈스는 그러나 이런 차이를 별로 신경쓰지 않고 있다. 그는 “골프공과 크기나 감촉이 똑같고 손맛도 비슷해 연습용으론 손색이 없다”며 “물고기에게 밥을 준다고 생각하면서 뿌듯한 마음으로 공을 날리곤 한다”고 말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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