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알 낳은' 중한석화, 연간 실적 목표치 초과 달성

입력 2017-11-20 19:57
최태원 SK 회장의 '차이나 인사이더' 전략 통했다

3분기 만에 실적 초과
누적 세전이익 5300억원…연간 목표액 4200억 넘어서
올 영업익 사상 최대 예상

고공행진 비결은
축적된 공장 운영 노하우에 원료도입 다변화… 경제성↑
시황 따라 생산 품목 조율


[ 고재연/김보형 기자 ]
SK그룹의 ‘차이나 인사이더’ 전략의 성공 사례로 꼽히는 중한석화가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됐다. 올해 3분기 만에 연간 실적 목표치를 초과 달성하는 등 올해 사상 최대 실적 경신이 유력해졌다. 중국에 ‘제2의 SK’를 건설하겠다는 최태원 SK 회장의 집념이 결실을 보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3분기 만에 작년 연간이익 넘어

20일 SK이노베이션에 따르면 자회사 SK종합화학과 중국 최대 석유기업 시노펙이 합작해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 건립한 중한석화의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세전이익이 5300억원을 기록하며 연간 목표액 4200억원을 훌쩍 넘어섰다.

누적 영업이익도 3398억원으로 지난해 연간 규모(3696억원)에 육박했다. 회사 관계자는 “지금 추세가 이어지면 지난해 이익 규모는 물론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2015년의 4650억원도 넘어설 전망”이라고 말했다.

중한석화 실적이 고공행진하는 비결은 SK그룹이 오랜 기간 쌓아온 공장 운영 노하우와 외부자가 아니라 내부자로 중국 시장에 접근하는 차이나 인사이더 전략이 맞물린 데 있다. 시황에 의존하던 과거의 한계를 깨고 과감한 공장 운영을 시도했다. 1976년 국내 최초로 나프타분해설비(NCC)를 운영한 SK종합화학의 공장 가동 노하우를 바탕으로 중한석화의 평균 공장 가동률을 올해 99%까지 끌어올렸다.

여름철이라고 예외는 없었다. NCC의 여름철 가동률은 평균적으로 90% 초반을 유지한다. 여름철 온도가 상승하면 설비의 안정적인 가동이 어려워 수율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한석화는 7~9월에도 평균 97%의 공장 가동률을 유지했다. 이 시기 미국 텍사스주 멕시코만에서 허리케인 ‘하비’의 여파로 에틸렌 생산에 차질이 생기면서 ‘반사이익’을 극대화하게 됐다.

현지 시노펙 자회사와 협력

원료 도입처 다변화를 통해 경제성을 높인 점도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다. NCC는 나프타를 기본 원료로 사용한다. 중한석화는 여름철 수요 감소로 LPG 가격이 나프타 가격보다 떨어지자 LPG와 나프타를 번갈아 원료로 도입했다. 이 과정에서 현지 시노펙 자회사들과의 긴밀한 협력관계를 구축한 것이 큰 도움이 됐다. 인근 석유제품 생산 업체들과 협력해 시황에 따라 나프타와 LPG를 적절한 시기에 저렴한 가격으로 도입할 수 있었다.

제품 생산 포트폴리오도 탄력적으로 운영했다. 중한석화에서 생산하는 에틸렌은 주로 폴리에틸렌(PE), 에틸렌옥사이드(EO), 에틸렌글리콜(EG) 등 에틸렌을 원료로 한 유도품을 만드는 데 사용됐다. 하지만 올초부터 에틸렌 마진이 600달러를 넘어서는 등 호황이 이어지자 유도품 생산 비율을 줄이고 에틸렌 제품을 그대로 판매하는 전략을 세웠다. 탄력적인 공장 운영으로 시황에 최적화된 생산체제를 갖추면서 수익성도 상승했다.

지난달 중한석화는 7400억원을 투자해 제품 생산량을 40% 늘리는 증설 작업을 한다고 발표했다. 이로 인한 수익 증가폭은 더욱 가팔라질 전망이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은 “이번 투자는 SK와 시노펙 사이에 ‘공동 성장’ 의지와 신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SK이노베이션은 중국 화학사업 확장을 발판으로 중국에서 기업 가치를 높이는 데 실질적인 기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윤활유 시장도 잡는다

한·중 관계가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갈등을 넘어서며 ‘해빙 무드’를 맞이하자 SK이노베이션은 소비재 부문에서도 중국 시장 공략에 나섰다. SK루브리컨츠는 이달부터 세계 2위 타이어업체 미쉐린의 중국 내 1500개 판매망을 통해 ‘지크(ZIC)’ 윤활유 제품 공급을 시작했다. 미쉐린의 자동차 애프터마켓 서비스 네트워크인 ‘타이어플러스’를 통해 지크의 변속기용 윤활유 제품 4종을 판매하고 있다. 중국 현지에서 지크 윤활유의 브랜드 파워를 높이기 위해 플래그십 스토어도 개장했다. 매장에는 차량 리프트와 차량 튜닝실, 세차 공간까지 갖춰 운전자에게 종합정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중국 윤활유 시장은 지난해 기준 약 5600만 배럴로 세계 2위 수준이지만 2025년엔 미국을 추월해 세계 최대 윤활유 시장에 등극할 전망이다.

고재연/김보형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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