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공간 '메이커 스페이스' 개척한 고산 에이팀벤처스 대표
'예비 우주인' 출신 벤처사업가
세운상가에 만든 시제품 제작장
정부, 예산 배정해 전국 확대키로
"3D프린터사업은 미국 투자 받아"
[ 이해성 기자 ]
"메이커 스페이스(maker space)가 늘어난다니 뿌듯합니다. 정부가 장기적으로 보고 지원했으면 좋겠습니다.”
예비 우주인에서 벤처사업가로 변신한 고산 에이팀벤처스 대표(사진)를 20일 만났다. 그는 국내 메이커 스페이스의 효시인 타이드인스티튜트 설립자다. 메이커 스페이스는 3D(3차원)프린터, 레이저커터 등 장비를 이용해 머릿속에 있는 제품을 제작해볼 수 있는 공간이다. 이달 초 중소벤처기업부는 창업 요람인 ‘한국형 메이커 스페이스’를 2022년까지 전국 360여 곳에 마련하기로 하고 내년 예산 382억원을 배정했다.
고 대표는 5년 전 국내 메이커 스페이스의 씨앗을 뿌렸다. 2012년 초 서울 종로 세운상가 5층에서 타이드(일명 팹랩 서울)란 회사를 시작했다. 타이드가 둥지를 튼 뒤 지지부진하던 서울시 세운상가 재생에 속도가 붙었다. 세운상가 재생의 씨앗도 고 대표가 뿌린 셈이다. ‘왜 하필 세운상가였느냐’고 묻자 그는 “시대를 풍미한 제조 장인들의 노하우를 전수받기 위해서였다”고 말했다.
타이드는 원래 창업에 대한 집단지성을 모으는 사단법인으로 출발했다. 전문직, 기업 직원, 대학생, 예술가 등 각계각층 인사를 불러 수시로 강연을 열었다. 설립 초 사무실은 말 그대로 누추했다. 그러나 뜻을 같이하는 사람이 늘면서 지금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벤치마킹하기 위해 가장 먼저 찾는 곳으로 환골탈태했다.
그가 이끄는 보급형 3D프린터 제조판매업체 에이팀벤처스도 사세를 확장하고 있다. 지난 9월 온라인 3D프린팅 서비스의 사업 가치를 인정받아 알토스벤처스에서 200만달러를 투자받았다. 알토스벤처스는 배달의민족, 쿠팡 등에 투자하기도 한 미국 실리콘밸리 기반의 벤처캐피털이다. 에이팀벤처스는 올 들어 서울 연건동에서 강남구 신사동으로 사무실을 옮겼다. 옛 사무실은 엘리베이터도 없는 허름한 6층 건물 꼭대기에 있었다.
고 대표는 스페인, 중국, 미국, 칠레 등 각국의 글로벌 메이커 교류행사 ‘팹 콘퍼런스’에 매년 참여하면서 글로벌 트렌드를 목격하고 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3D프린팅 전시회 ‘폼넥스트 2017’을 둘러보고 이날 귀국한 고 대표는 “행사 규모가 작년의 두 배가 됐다. 이 분야가 급속히 성장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음악 등 문화 분야로 메이커 영역을 넓히는 실험도 하고 있다. 메이커들이 인디밴드와 함께 예전에 없던 악기를 새로 만들고 이를 토대로 공연하는 ‘MMXM’ 행사다.
그가 국내 처음으로 선보인 메이커들의 기술 경연장 ‘메이커톤(메이커 마라톤)’도 확대되고 있다. 메이커톤은 디자이너, 프로그래머, 엔지니어, 기획자 등이 모여 한정된 시간 안에 일정 재료를 갖고 시제품을 제작하는 행사다. 그동안 40여 회 열렸고 현재는 대기업 대학 지자체 등이 참가하는 정례행사로 발전했다.
고 대표는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위원장 장병규) 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이제는 ‘예비 우주인’이라는 이력보다 액셀러레이터(창업지원가) 및 스타트업 대표로 더 익숙해졌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그는 “우선 기업가로 성공하고 싶다”며 “밤낮없이 고생해온 동료들의 노력이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는 날이 왔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해성 기자 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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