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느는데, 왜 반도체 생산량은 제자리일까

입력 2017-11-19 19:44
수정 2017-11-20 07:24
아하! 그렇군요

높아지는 공정 난이도
투자대비 생산량 감소


[ 노경목 기자 ] 올해 반도체 설비 투자가 사상 최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면서 내년 말부터 반도체 가격이 급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반도체의 경우 일반 산업과 달리 설비 투자 증가가 곧바로 생산량 급증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19일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에 따르면 올해 반도체 설비 투자가 908억달러(약 99조8300억원)로 사상 최대 규모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IHS마킷에 따르면 이 중 365억달러(약 40조1300억원)는 메모리 반도체에 투자될 것으로 예상된다. 역시 사상 최대로 전년 대비 34.9% 뛰었다.

이처럼 설비 투자가 빠르게 늘고 있지만 공급량 전망에는 큰 차이가 없다. IHS마킷은 내년 D램의 ‘비트그로스(bit growth)’ 증가율을 22%, 2019년에는 25%로 각각 예측했다. 올해 19%와 별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비트그로스는 메모리 용량을 1비트로 환산한 것으로 메모리 반도체 생산량을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 반도체 공장은 투자 후 2년 뒤에 양산을 시작하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폭발적인 투자에 따른 공급 효과는 2019년에 반영된다는 설명이다. 일례로 2014년 설비 투자가 46.4% 늘어난 효과는 2016년에 반영돼 D램 비트그로스가 33.3% 뛰었다.

생산공정 난도가 높아지면서 반도체 설비 투자와 공급량 사이의 상관관계가 갈수록 약해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D램의 미세화는 20㎚(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이하로 떨어지고 낸드플래시는 3차원(3D) 구조가 일반화되고 있다. 이 같은 공정을 구현하기 위한 투자금액도 과거보다 크게 늘어나고 있다. 7㎚ 공정에 필수적인 극자외선(EUV) 노광기는 대당 가격이 2500억원 안팎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10년 전에는 5조원이면 반도체 공장 하나를 새로 세울 수 있었지만 이제는 15조원 이상이 필요하다”며 “똑같은 돈을 투자해도 생산량 증가 폭은 과거보다 줄고 있다”고 설명했다.

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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