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수당 '일률지급' 논란
정부, 2018년 7월부터 월 10만원 지급 추진
소득재분배 효과 없고 양육수당과 중복
일본, 1972년부터 지급했지만 출산율 급락
세금만 낭비하는 '과잉복지' 가능성 우려
[ 박종필 기자 ]
정부가 내년 7월 도입을 추진 중인 아동수당 제도가 저소득층에 불리한 것은 부모 소득수준과 상관없이 일괄적으로 아동 한 명당 월 10만원씩 일괄 지급하는 방식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출산율이 낮은 저소득층 전체에 돌아가는 몫이 고소득층보다 적어 ‘부자복지 논란’도 일고 있다. 이미 영유아 어린이집 보육료·양육수당 지원제도가 있어 ‘중복 지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정부·여당이 내놓은 아동수당이 정책 취지를 제대로 살리려면 가구 소득별로 차등 지급하는 ‘선택적 복지’로 전환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주장이다.
5년간 13조원 소요
19일 내년 정부 예산안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 7월 아동수당 도입을 위해 총 1조1009억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지방자치단체가 보조하는 돈까지 합치면 아동수당 도입 첫해 6개월간 1조5303억원이 소요된다. 이 가운데 전체 34.8%에 해당하는 5339억원이 소득 상위 20~40% 계층에 돌아간다. 소득 상위 20% 가구에도 3232억원(20.9%)이 지원된다.
반면 소득 최하위 0~20% 계층에 대한 지원은 1356억원에 그친다. 고소득층(상위 20%)이 저소득층(하위 20%)보다 2.4배 더 많은 아동수당 혜택을 받는 셈이다. 소득분위별 아동수당 지급액을 보면 향후 5년간도 소득 상위 20~40% 계층이 가장 많은 4조6399억원(34.5%)을 받아간다. 아동수당은 정부 계획대로라면 2018년 1조5000억여원에 이어 2019년부터는 매년 3조원씩 든다. 5년간 지급한다고 가정하면 13조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된다.
고소득층일수록 출산율 높아
아동수당이 저출산 해소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다. 보다 큰 문제는 ‘보편적 복지’ 형태의 지급 방식이다. 수혜자의 소득수준과 신청 자격 등을 따지지 않고 1인당 10만원씩 일괄 지급한다는 것이다. 고소득층이 아이를 더 많이 낳는 경향이 점점 뚜렷해지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저소득층이 상대적으로 불리해진다는 게 전문가들 진단이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는 “현금성 복지는 일단 시행하면 돌이킬 수 없는 불가역성 문제가 있다”며 “그래도 아동수당을 도입하려면 출산율이 낮은 저소득층에 재원이 집중될 수 있도록 선택적 복지 방식을 채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6년까지 3년간 출생아 비율이 가장 높은 계층은 소득수준 상위 20~40% 구간이었다. 전체 출생자의 34.5%에 달했다. 소득 상위 20%인 고소득 계층의 출생아 비율은 20.9%로, 중산층·고소득층이 전체 출생아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경제력에 따른 출생아 수 차이는 지난해도 마찬가지였다. 소득 상위 20% 계층은 8만4739명을 낳았고, 상위 20~40%는 13만8858명, 40~60% 계층은 9만6397명의 자녀를 출산했다. 반면 소득 하위 20~40%는 4만2648명, 소득 최하위 20%는 3만4610명을 낳는 데 그쳤다.
현금 복지로는 출산율 못 올려
정치권은 출산율 저하에 따른 ‘인구절벽’이 올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 여야 불문하고 한목소리로 아동수당을 도입하기로 했다. 노년층을 부양하고 경제활동을 견인할 핵심 노동계층이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지난달 25일 통계청이 발표한 8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올해 8월 태어난 아기는 3만200명에 그쳐 전년 동월 대비 10.9% 감소했다. 6월(2만8900명)과 7월(2만9400명) 신생아 수는 3만 명에도 못 미쳤다.
전문가들은 아동수당이 출산율 제고의 해법인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일본은 1972년부터 연간 1조9000억엔의 예산을 들여 아동수당을 지급했지만 가구당 합계출산율은 1970년 2.13명에서 2005년 1.26명으로 오히려 떨어졌다. 김 교수는 “인구의 인위적인 변화를 아동수당과 같은 정부 예산으로 조절하기는 쉽지 않다”며 “현금성 복지보다는 사회서비스 확대가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는 “재원을 쏟아부어서 출산율을 높일 수 있다는 사고방식이야말로 포퓰리즘”이라며 “출산휴가 기간의 호봉과 경력을 인정하는 등 여성의 근로 환경에 특단의 개선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 측은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저소득층의 혜택을 위한 여러 정책 수단을 병행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유주헌 보건복지부 아동복지정책과장은 “저소득층의 경우 노인 가구가 상대적으로 많고 아동 수가 적어 개별 저소득층 가구의 아동수당 혜택이 적다고 볼 수 없다”며 “아동수당이 도입되면 주로 고소득층이 혜택을 받아온 자녀세액 공제는 폐지될 예정인 반면, 저소득층은 기존의 자녀장려세제에 더하여 아동수당의 혜택을 추가로 받게 됨에 따라 오히려 혜택이 더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초생활수급자의 경우에도 아동수당을 지급할 예정임에 따라 저소득층이 보다 많은 혜택을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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