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득량만 갯벌은 붉게 물들었다

입력 2017-11-19 15:03
고흥으로 떠나는 가을 여행

우미산 '천년의 오솔길' 코스 걷다보면 탁 트인 남해바다 100여개 섬 한눈에

인공위성 쏘아 올리는 나로우주센터, 분청박물관·발포역사관 등 볼거리 다양


[ 최병일 기자 ]
남도의 가을은 모든 것이 풍성하다. 화사한 색으로 온 산을 물들인 단풍도 그렇고 하늘하늘한 코스모스를 따라 국토를 걷는 것도 매력적이다. 남도의 끝에 전남 고흥이 있다. 고흥은 우주과학의 중심지로 떠오른 곳이지만 풍요로운 자연이 더 매력적인 곳이다. 일출과 일몰을 모두 볼 수 있는 매력적인 고흥으로 가을여행을 떠나보자.

절경을 구경하며 고흥을 걷다

고흥 우미산 천년의 오솔길은 선조들이 다니던 둘레길 형태의 평탄한 오솔길로, 한두 번 집 근처 야산을 산행해봤다면 누구나 쉽게 완주할 수 있다. 아름다운 다도해의 절경을 감상하며, 오솔길을 걸을 수 있는 트레킹 코스로 명성이 높다.

천년의 오솔길 코스 중간에 있는 용암, 우암, 남열 전망대에서는 탁 트인 남해 바다와 에메랄드빛 바다에서 빛나는 100여 개 섬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코스 어디에서든 푸른 바다를 볼 수 있어 더 낭만적이다. 8.2㎞로, 1코스(가족 산책로 2.6㎞·50분·곤내재~2삼거리~용암전망대), 2코스(기받는 능선길·1.6㎞·40분·2삼거리~중앙삼거리~우암1전망대), 3코스(산림욕장길·3㎞·60분·중앙삼거리~3삼거리~곤내재) 중에 선택하거나 혹은 전 코스를 걸을 수 있다.


나로우주발사전망대에서 이어지는 미르마루길은 ‘미르는 용, 마루는 하늘 또는 가장 높은 곳’을 뜻하는 순우리말로 이 미르마루길에 용바위가 있어 용이 승천하는 곳을 볼 수 있는 길을 뜻한다. 고흥우주발사전망대 주변의 주요 경관지를 연결하는 산책로로 인공적으로 조성된 길이 아니라 기존 오솔길에 이정표만 세웠다. 코스모스가 만발한 길을 따라가다보면 다랑논과 어우러져 이색적인 풍경을 보여준다. 6.1㎞로 600m의 해돋이길, 2㎞의 다랑논길, 2.5㎞의 해맞이길, 1㎞의 용바위길로 구성돼 있다. 고흥은 일출과 일몰을 모두 볼 수 있는 곳으로, 일출을 볼 수 있는 남열해수욕장과 남양면에 있는 중산일몰전망대는 25㎞ 떨어져 있다. 77번 국도변에 있는 중산일몰전망대 앞으로 우도를 비롯한 크고 작은 섬이 득량만을 향해 징검다리처럼 놓여 있다. 득량만 갯벌을 붉게 물들이는 중산리 일몰은 고흥을 대표하는 한 폭의 그림 같다.

우주로 가는 전초기지

고흥은 원래 과학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섬이었지만 2009년 6월 나로우주센터 우주과학관이 문을 열면서 대한민국이 우주로 가는 전초기지 역할을 맡고 있다.

나로우주센터는 우리 인공위성을, 우리 발사체로, 우리 땅에서 우주공간에 쏘아 올리기 위한 발사장이다. 나로우주센터는 우주발사체 발사를 위한 발사대 및 위성·발사체조립시설, 발사 통제동, 추적레이더 등 우주로 나아가기 위한 종합설비를 갖추고 있다. 우주센터는 우주발사체(로켓)를 이용해 인공위성을 우주로 발사하기 위한 발사장을 말한다.

우주과학관은 나로우주센터 방문자센터 기능을 함과 동시에 우주과학기술 전시 및 교육기능을 담당한다. 우주과학관은 우주과학에 관한 기본원리, 로켓, 인공위성, 우주탐사 등을 주제로 한 90여 종의 전시품(이 중 작동 체험 전시품 32종)과 4D 돔영상관, 야외 로켓 전시장, 정보검색존, 별자리 관측 체험존, 로켓발사 체험존 등 다채로운 시설이 갖춰져 있어 우주과학 관련 교육 및 체험학습이 가능하다. 최첨단 우주과학을 쉽게 만져보고 즐길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고흥에 있는 또 하나의 과학공간은 우주발사대처럼 생긴 고흥우주발사전망대다. 지하 1층, 지상 7층 건물로 2013년 1월1일 개관한 고흥우주발사전망대는 나로우주센터 우주발사체장면과 다도해의 아름다운 절경을 한 번에 볼 수 있는 곳으로, 나로우주센터와 해상 17㎞ 직선 거리에 있다.

우주발사전망대 1층에 들어서면 강아지 동상이 눈에 띈다. 미국과 경쟁적으로 우주발사체를 띄우던 소련에서 세계 최초로 우주에 나갔던 생명체인 라이카는 모스크바의 떠돌이 개였다. 1957년 11월3일 소련의 스푸트니크 2호에 태워져 우주공간으로 떠난 라이카는 발사한 지 몇 시간 만에 극심한 고열과 스트레스로 공포에 질려 죽었다는 안타까운 이야기가 있다. 인류의 경쟁적 우주 개발의 이기심으로 희생된 동물을 애도하는 마음으로 동상을 세웠다고 한다. 우주도서관과 우주체험 공간도 마련돼 있다. 전망대 7층 회전카페에서는 다도해의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다양한 박물관 체험관이 가득

선사시대부터 현대까지 고흥의 모든 역사문화자원을 전시, 관람, 체험할 수 있는 고흥분청문화박물관이 지난 10월31일 개관했다. 분청문화박물관은 사적 제519호로 지정된 두원면 운대리 일원에 지상 3층 연면적 9720㎡ 규모로 건립됐다.


1층은 선사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고흥의 역사문화를 한눈에 보고 이해할 수 있는 역사문화실이 들어섰다. 분청사기와 운대리 가마터에서 출토된 유물들을 전시하는 분청사기실, 고흥의 대표적인 설화를 소개하고 설화 관련 자료와 콘텐츠 성과물을 전시하는 설화문학실도 마련됐다.

2층은 고흥 군민 기증 유물을 전시하는 기획전시실과 한국 중국 등 아시아 도자기를 비교할 수 있는 특별전시실이 들어섰다. 개관 기념으로 1943년 두원면 성두리 일원에 떨어진 낙하운석을 볼 수 있는 ‘두원운석’ 특별전이 열린다.

발포역사전시체험관도 가볼 만하다. 고흥군 옛 지명인 흥향현은 조선시대 전라좌수영 5관 5포 중 1관 4포가 설치된 곳으로 그중 하나인 발포진은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 발발 10년 전인 1582년 36세의 나이에 처음 수군 만호로 부임해서 18개월 동안 근무했던 곳이다. 발포역사전시체험관은 충무공의 발자취와 임진왜란 정유재란 등 당시 참전해 승리로 이끈 고흥 출신 수군의 숨은 인물을 테마로 했다. 체험관 뒤로 올라가면 송씨부인 열녀 동상이 있는데, 임진왜란 때 장군으로 참전한 남편이 전사하자 왜군에게 능욕당할 바에야 차라리 죽음을 택한 여성의 슬픈 사연을 간직하고 있다.

여행 메모

고흥에서 먹거리를 빼놓을 수 없다. 이 시기 삼치 맛이 절정에 올라있다. 입안에서 부드럽게 살살 녹는 삼치는 청정해역 거문도와 나로도 근해가 주어장이다. 삼치는 맛이 부드럽고 영양성분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 건강식으로도 좋으며 지방 함량이 높은 편이나 불포화지방산이기 때문에 동맥경화 뇌졸중 심장병 예방에 도움이 된다.

나로도는 전통 채낚기어업 방식으로 삼치를 잡는데, 삼치의 부드럽고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10월~이듬해 2월이 제철로 가을철 나로도 수협 위판장에 가보면 갓 잡아 올린 삼치를 사기 위해 많은 사람으로 북적인다.

삼치를 김에 싸서 초고추장이나 고추냉이와 곁들여 먹어도 맛있다.

고흥=최병일 여행·레저전문기자 skycb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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