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대화 돌파구 찾나
미국, 대화 조건 제시했나
미국 국방부 아·태 담당도 "북핵 양자택일의 덫 벗자"
외교적 해법 제시 주목
대화 거론하기 이르다?
조셉 윤 미국 북핵회담 대표 "도발 중단 이유 모른다"
미국·중국 '쌍중단 이견'도 변수
[ 정인설/김채연 기자 ]
북한이 63일째 핵·미사일 도발을 중단하면서 북·미 간 대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한·중·일 정상의 연쇄회동 직후 미국 측에서 구체적인 ‘대화 조건’이 흘러나오고 있다. 중국도 북한에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특사를 파견하는 등 물밑 협상에 들어갔다. 그러나 북한이 대화에 나설 움직임이 보이지 않고 있어 본격적인 대화 국면으로 전환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핵미사일 실험 중단 시 대화”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사진)은 16일(현지시간) 미 콜로라도스프링스 북미항공우주사령부(NORAD)로 향하는 공군기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의 핵실험 및 미사일 도발에 대해 “그들이 실험과 개발을 중단하고 무기를 수출하지 않으면 대화를 위한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지난 9월15일 중거리탄도미사일(IRBM) 발사 이후 두 달 넘게 도발하지 않자 대화 국면으로 바뀔 분위기가 조성돼 북한에 다소 명확한 대화 개시 조건을 제시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랜들 슈라이버 미 국방부 아시아태평양담당 차관보 지명자는 이날 상원 인준청문회에서 “우리는 전쟁 또는 군사적 충돌을 하거나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양자택일의 덫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외교적 해법을 제시했다. 그는 “우리는 대통령과 장관을 통해 (외교) 의향을 표현해 왔다. 물론 우리는 건너편에 기꺼이 응할 동반자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대화하기 위해 제재·압박”
본격적인 북·미 대화를 거론하기 이르다는 지적도 있다. 미국의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인 조셉 윤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17일 제주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의 도발 중단 배경에 대한 견해를 묻자 “알 수 없다”면서 “너무 앞질러 좋게 해석할 수도 없고 비관적으로 해석할 수도 없다”며 유보적인 의견을 밝혔다. 그러면서 “나는 북한이 영영 도발을 중단하길 희망하지만 그들로부터 (도발 중단에 대한) 얘기를 듣지 못했다”며 “그래서 (북한의 도발 중단을) 긍정적으로 해석해야 할지 그러지 않은 것으로 해석해야 할지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날 윤 대표를 만난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지금 (북한이 비핵화 협상에) 나온다는 얘기가 없으니 제재와 압박에 치중하되 기본적으로 우리의 목표는 북한을 대화로 데리고 나오는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고 했다.
윤 대표는 지난달 30일 미국외교협회(CFR) 행사에서 “북한이 약 60일간 핵·미사일 실험을 중단하면 이는 미국이 북한과 직접 대화를 재개할 필요가 있다는 신호”라고 북·미 대화 가능성을 언급했다.
미국과 중국이 북핵 해법에 이견을 보이는 점도 변수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 15일 아시아 순방 성과 보고에서 “시 주석이 ‘쌍중단(freeze for freeze)’ 합의는 수용할 수 없다는 점에 동의했다”고 말했다. ‘쌍중단’은 대화를 시작하기 위해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과 한·미 연합훈련을 동시에 중단하자는 내용이다.
하지만 다음날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의 북핵 문제 해법으로 쌍중단이 가장 합리적인 방안이며 중국의 입장은 일관되고 명확하다”며 “평화적인 회담의 조건을 만들기 위해 쌍중단은 첫발일 뿐 종착점이 아니다”고 일축했다.
정인설 기자/제주=김채연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