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아동수당·기초연금 인상 예산 편성 놓고 충돌

입력 2017-11-17 19:03
수정 2017-11-18 06:25
복지위 예산심사…합의 불발

여당 "대선 공약…반드시 편성"
한국당 "관련 법률부터 개정해야"
지급 시기 늦춰질 가능성


[ 서정환 기자 ] 여야가 아동수당 도입과 기초연금 인상 예산을 놓고 정면 충돌하면서 내년 시행 여부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자유한국당이 관련 법률부터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서다. 재원을 마련해 놓고도 법이 통과되지 않아 시행 시기가 미뤄질 가능성도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예산심사소위원회는 아동수당 도입과 기초연금 인상을 위한 예산안을 심의했지만 합의 도출에 실패하면서 지난 14일 전체회의에서 복지부 예산안을 처리하지 못했다. 정부는 내년 7월부터 만 6세 미만 아동 253만여 명에게 월 10만원을 주는 아동수당 지급을 위해 내년 예산안에 1조1009억원을 새로 편성했다. 내년 4월부터는 만 65세 이상 노인 70%에게 지급하고 있는 기초연금액을 월 20만6050원에서 25만원으로 인상하기로 하고 기초연금 예산을 9조8199억원으로 확대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아동수당 도입과 기초연금 인상은 각 당의 공통 공약인 데다 대선을 통해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 만큼 예산을 편성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민의당도 내년 시행을 위한 예산 반영에는 큰 이견이 없다. 하지만 한국당은 전액 삭감이나 감액을 요구하고 있다. 김상훈 한국당 의원은 “대선 공통 공약이지만 법안 심의도 안 했는데 예산을 끼워 맞춰서는 안 된다”며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고 다양한 논의를 한 뒤에 실현하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한국당은 지급 대상과 범위, 금액을 합리적으로 논의하기 위해 시행 시기를 조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아동수당과 기초연금 증액이 포함된 정부 예산안은 다음달 1일 국회 본회의에 자동으로 상정된다. 여당은 아동수당법과 기초연금법도 국회의장이 예산부수법안으로 지정해 자동 상정해줄 것을 기대하고 있지만 국회의장실에서는 예산부수법안 지정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예산부수법안은 내년도 세입 예산의 근거가 되는 법안이어야 하는데 이들 법은 세출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정부 예산안만 통과되면 내년 시행을 위한 재원은 있지만 관련 법이 통과되지 않아 지급할 수 없는 상황이 빚어질 가능성이 있다.

민주당 지도부는 관련 법 제정·개정에 전력을 다할 방침이다. 현행 정부 예산안에서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증액 등 한국당의 요구를 수용하는 대신 아동수당법·기초연금법 처리에 합의하는 막판 절충에 나설 수 있다.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의당의 협조만 있으면 민주당 소속 양승조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이 직권으로 상정해 상임위에서 처리한 뒤 본회의에서 의결을 시도할 수도 있다. 예정대로 시행될지 여부는 여야 원내지도부의 협상력에 달렸다는 분석이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