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의 미래
바라트 아난드 지음 / 김인수 옮김 / 리더스북 / 744쪽 ㅣ 2만8000원
[ 김희경 기자 ]
누구나 자유롭게 글을 쓸 수 있는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는 대중에게 콘텐츠를 직접 ‘개방’해 성공한 대표 사례로 꼽힌다. 하지만 단순히 누구나 참여할 수 있게 한 것만으로 성공한 것은 아니다. 여기엔 다른 요인이 숨어 있다.
위키피디아와 비슷한 시기에 탄생한 ‘인터피디아’와 비교하면 그 요인을 알 수 있다. 인터피디아도 온라인 백과사전을 만드는 프로젝트였다. 이를 위해 각 개인이 모두 콘텐츠를 만들 수 있도록 했다. 개방의 전형적인 형태다. 하지만 여기서 생산된 글은 50개도 되지 않았다. 반면 위키피디아는 사람들이 다른 사람의 글을 편집할 수 있도록 했다. 한 개인이 콘텐츠를 만들었다고 해서 모든 것이 받아들여지진 않았다. 오히려 올바른 기여자만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해서 콘텐츠의 왜곡을 막은 후 다른 사람의 콘텐츠 품질을 더 향상시킬 수 있도록 했다. 이렇게 위키피디아에서 만들어진 글은 500만 개가 넘는다.
바라트 아난드 하버드 경영대학원 전략담당 교수는 신간 《콘텐츠의 미래》에서 “대중을 콘텐츠 생성을 위한 수단으로 생각한다면 콘텐츠 함정에 빠지게 된다”며 “기여자들의 연결 관계를 최적화한 후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책은 디지털 혁신의 중심에서 승리한 기업 사례를 통해 ‘콘텐츠에 집중하는 함정’에서 벗어나는 법을 제시한다. 저자는 “콘텐츠는 귀신”이라고 주장한다. 콘텐츠가 마치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것처럼 보이지만 이 함정에 갇히는 순간 패망의 길로 들어선다는 것이다. 이를 극복하고 승자가 되는 방법은 ‘연결’이다. 그는 “콘텐츠 자체에 집중하는 함정에서 벗어나 연결 관계를 키워 나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연결은 장벽을 허물어야 가능하다. 많은 기업이 여기서 실패하고 스스로의 굴레에 갇히고 만다. 애플은 뛰어난 하드웨어를 대량 생산하던 기업에서 음악 콘텐츠와 소프트웨어를 강화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하드웨어가 가진 장점과 매력에 심취하지 않고 그 장벽을 과감히 허물어버린 것이다.
레스토랑 평가의 기준이 된 ‘미쉐린 가이드’도 마찬가지다. 미쉐린 가이드는 많은 사람들에게 익숙하다. 하지만 정작 ‘미쉐린’이 뭘 하는 회사인지는 잘 모른다. 이 회사는 타이어 제조업체다. 타이어 제조 기술을 음식 평가에 적용하는 것은 아닐 텐데 왜 레스토랑 가이드를 만든 것일까. 맛있는 음식을 알게 된 고객들이 먼 곳에 있는 음식점이라 해도 차를 타고 달려가도록 자극한다는 의미가 숨어 있다. 미쉐린은 이를 통해 쉽게 가질 수 없는 높은 브랜드 가치를 얻었다. 저자는 “성장과 혁신은 더 나은 콘텐츠 제공이 아니라 싸고 좋은 보완재와의 연결을 통해 탄생하기도 한다”고 설명한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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