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캐나다 통화스와프 체결
철통 보안 속 강행군
올해 3월 한국이 제안
탄핵정국·북핵·사드 보복
대내외 역풍 뚫고 성사
[ 김은정 기자 ] 올초부터 진행된 한국과 캐나다의 통화스와프 협상은 ‘007 작전’을 방불케 하는 철저한 보안 속에서 실무 작업이 이뤄졌다. 한도와 만기가 없는 파격적인 조건 때문이기도 했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둘러싼 경제 보복 등 굵직한 대내외 이슈가 줄줄이 맞물려서다.
양국 실무진 간 협의는 지난 3월부터 시작됐다. 한국 측이 먼저 제안했다. 하지만 이례적인 조건인 만큼 협상 사실이 새어 나갈 경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정부와 한국은행 내부에서도 ‘철통 보안’을 유지했다.
불거진 대내외 리스크로 한때 무(無)한도·무기한의 상설 계약 조건에 캐나다가 난색을 보이기도 했다. 이때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스티븐 폴로즈 캐나다중앙은행 총재에게 “한국의 금융안정성과 경제 펀더멘털(기초체력)은 실제 통화스와프를 사용할 가능성이 매우 낮을 정도로 우수하다”고 강조하면서 각종 거시지표를 들어 한국 경제에 대한 신뢰를 심어준 것으로 알려졌다.
지지부진하던 협상은 지난달 올 3분기 한국의 경제성장률(전 분기 대비)이 1.4%를 기록하는 등 ‘깜짝 성적표’가 나오면서 급물살을 탔다.
세부 계약조건에 대한 의견 조율이 마무리된 직후 캐나다 현지에서 서명식을 하기 위해 이 총재는 지난 12~13일 스위스 바젤에서 열린 국제결제은행(BIS) 정례 총재회의 참석 후 귀국하지 않고 곧바로 캐나다 오타와로 날아가는 강행군을 벌이기도 했다. 캐나다행(行)은 물론 비밀에 부쳐졌다.
이 총재는 지난달 사드 갈등 탓에 중국과의 통화스와프 재연장이 불투명해졌을 때도 저우샤오촨 중국 인민은행장을 직접 만나 “정치와 경제는 분리해서 접근해야 한다”는 ‘정경분리’ 원칙으로 재연장을 성사시켰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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