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러코스터 탄 비트코인②]손 놓은 금융당국…투기 세력 부추기나

입력 2017-11-16 16:23

비트코인 가격이 사흘 만에 5500달러에서 7000달러선으로 재진입했다. 연일 이어지는 급등락은 투자와 투기의 경계를 넘나들며 투자자들을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금융당국의 제재나 감독 없이 시장이 급속도로 팽창하면서 투자자 보호의 사각지대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16일 가상화폐 정보업체 코인데스크(coindesk)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53분 현재 비트코인 가격은 전날보다 0.83% 떨어진 7218.29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 8일 7879달러로 사상 최고치로 치솟았던 비트코인은 나흘 뒤인 12일 5507달러로 미끌어졌다가 사흘 만에 다시 7000달러선을 회복했다.

미국의 모바일 결제 서비스 업체 스퀘어가 회사 애플리케이션에서 비트코인 매매를 시범 운영한다는 소식이 호재로 작용했다. 지난 12일에는 또 다른 가상화폐인 비트코인 캐시가 대체 투자처로 떠오르며 급락세를 연출했다.

비트코인 가격이 하루 사이에만 1000달러를 오가면서 투자자들은 패닉에 빠졌다. 비트코인 폭락 당시 거래량이 폭주하며 빗썸과 코빗 등 국내 업계 1, 2위 가상화폐 거래소의 서버가 연이어 마비됐다.

서버 마비에 따른 거래 중지를 이유로 투자자들은 소송을 준비 중이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다. 이를 중재할 수 있는 감독기관이 없는 탓이다. 금융위원회를 위시한 금융당국은 가상화폐를 금융상품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이번 사태에 대한 감독이나 조사를 실시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9월 '가상통화 관계기관 합동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가상통화는 블록체인에 기반해 가치를 전자적으로 표시한 것으로, 현 시점에서 화폐나 통화로 보기 어렵다"며 "이 가치는 수요?공급에 따라 변동하며, 정부?금융기관 등이 가치를 보장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경우는 증권거래위(SEC)가 가상통화 취급업자의 토큰(가상화폐) 공모발행을 증권법상 증권발행으로 보고 증권법 규제를 지난 7월부터 적용했다. 같은 달 미 상품선물거래위(CFTC)는 암호화폐 플랫폼을 제공하는 레저엑스(LedgerX)를 비트코인을 자산으로 하는 파생상품 청산기관으로 인가했다.

미국과 영국, 독일 등은 비트코인을 '자산'으로 정의해 각국의 기존 자산 관련 세법을 적용 중이다.

이들 국가는 투자자 보호를 위해 부분적으로 규제를 도입하고 있다. 미국의 뉴욕주와 일본은 가상화폐 취급업자를 직접 규제하고 있고, 중국은 가상화폐 유통·거래를 제한하고 있다. 러시아 역시 중국과 같은 입장을 견지했지만 최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가상화폐 이더리움 창업자를 만나면서 제도 개선에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한국은 일본, 미국에 이어 세 번째로 비트코인 거래량이 많지만 이렇다할 제재가 없기 때문에 투기 세력이 몰리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가상화폐 정보사이트 코인힐스에 따르면 전 세계 비트코인 시장에서 원화 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은 13.05%다. 일본 엔화는 55.06%, 미국 달러화는 24.44%다.

한 가상화폐 거래소 관계자는 "국내 가상화폐 시장은 거래 규제가 없기 때문에 자금 세탁을 위한 용도로 중국 자본이 쉽게 드나들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는 시세 조작과 투기 과열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가 없어 가상화폐 거래에 용이하다"고 말했다.

시장의 관심은 금융당국의 차기 행보에 쏠린다. 오는 12월 예정된 가상통화 관계기관 합동 TF 2차 회의에서 규제 방향과 보폭이 판가름날 것이란 분석이다. 금융위 부위원장이 주재하는 가상통화 관계기관 합동 TF는 분기별로 개최된다.

지난 9월 열린 회의에서 TF는 거래 투명성 확보와 소비자 보호를 위해 가상화폐 취급업자의 이용자 본인확인 절차를 12월부터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가상화폐 거래는 은행 가상계좌를 통해 이뤄지는데, 가상화폐 취급업자가 개설한 은행 가상계좌에 이용자가 거래대금을 넣고 뺀다. 현재 가상화폐 취급업자는 금융회사에서 요구하는 수준의 이용자 본인확인 절차를 갖추고 있지 않다. 금융위는 가상계좌가 보이스피싱과 자금추적회피 수단 등으로 악용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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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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