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지진에 피해 속출
한동대 외벽 순식간에 '쩌~억'
붕괴 위험에 19일까지 휴교
KTX역사 천장 일부 붕괴
"1년 만에 또…" 경주도 혼란
부산 63층빌딩 직원들 긴급대피
[ 박상용 기자 ]
건물 외벽이 일순 무너져 내렸다. 벽에서 떨어져 나온 벽돌이 차량을 덮치자 종잇장처럼 찌그러졌다. 15일 강진이 덮친 포항시는 순식간에 포탄이라도 맞은 것처럼 변했다.
시내 곳곳에서는 주민들이 대피하는 일대 소동이 벌어졌다. 지진이 일어난 이날 오후 2시30분께 포항시 양학동 21층 아파트에서는 주민 100여 명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왔다. 급박하게 건물에서 빠져나온 일부 주민은 추운 날씨에도 반팔 티셔츠 차림을 하고 있었다. 이 아파트 15층에 사는 권모씨(40)는 “집안에 걸려 있는 액자가 바닥에 떨어지고 책장에서 책이 쏟아졌다”며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건물이 부서지는 피해도 다수 발생했다. 두호동의 한 4층 건물은 붕괴위험 신고가 들어갔다. 장성동과 흥해읍의 일부 낡은 주택은 담장이나 지붕이 무너졌고, 흥해 대성아파트 E동은 지진의 영향으로 기울어졌다. 건물 외벽이 떨어져 나간 한동대는 건물 붕괴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이번주 일요일까지 휴교를 결정했다. 대학 측은 “지진 여파로 학생 2명이 찰과상을 입어 세명기독병원에서 입원치료받고 있다”고 말했다. 포스텍은 실험실 화재 등을 우려해 전 시설을 소등했다. 5000여 명의 교수와 학생도 교실과 사무실 밖으로 긴급 대피했다.
KTX 포항역사는 천장 일부가 붕괴되고 물이 샜다. 한때 포항역 열차운행이 중지됐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지만 코레일 관계자는 “역사 대합실 내 일부 공간에 물이 새 승객이 젖지 않게 일부 구간만 막은 것”이라며 “열차 운행에는 지장이 없다”고 해명했다. 수능시험장으로 지정된 포항여고의 한 교실 옆 복도에는 동물판본 포르말린이 유출되는 사고가 일어나기도 했다.
이번 지진은 부산 대구 경주 등 인근 지역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특히 지난해 강진으로 큰 고통을 겪은 경주는 또다시 혼란에 빠졌다. 지난해 지진이 여전히 관광경기에 여파를 미치는 가운데 악재가 되풀이될 것이라는 우려다. 윤선길 불국사숙박협회장은 “2년 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때도 전국에서 온 수학여행단으로 발디딜 틈이 없었는데 지금은 인근 울산과 포항에서도 오지 않는다”며 “아직 회복되지 않았는데 1년 만에 또 지진이 일어나 걱정이 크다”고 하소연했다.
부산 역시 일부 도심 건물이 심하게 흔들려 긴급 대피하는 등 소동이 벌어졌다. 부산에서 가장 높은 오피스빌딩(63층)인 부산국제금융센터(BIFC)에서는 직원 수백 명이 건물 밖으로 피했다. 한국거래소 한 직원은 “경험한 지진 중에서 가장 크게 오랫동안 흔들렸다”며 “다들 당황하다가 일순간 1층으로 뛰어나왔다”고 말했다. 기술보증기금은 전 직원 대피령을 내렸다.
박상용 기자/전국종합 yourpenc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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