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소환 임박한 전병헌 "대통령께 누를 끼쳐 송구"

입력 2017-11-15 22:05
수정 2017-11-16 07:38
임종석 실장 만나 거취 등 논의…청와대 "일단 검찰 수사 지켜보자"
여당내 "유죄땐 대통령에 부담, 스스로 물러나야" 기류도
일각선 "참고인 정도면 수석 유지한 채 혐의 소명 가능"


[ 손성태/김주완/배정철 기자 ]
정권 초기 ‘살아 있는 권력’으로 통하는 청와대 수석비서관의 검찰 소환을 앞둔 가운데 당사자인 전병헌 정무수석 거취에 정치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청와대는 일단 검찰 수사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지만 더불어민주당 등 여권 내에서도 검찰 수사에 앞서 사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전 수석은 15일 입장문을 통해 “여러 억측 보도로 참담한 심정이었으며, 언제라도 내 발로 가서 소명하고 싶었다”며 “대통령께 누를 끼치게 돼 참으로 송구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사실 규명도 없이 사퇴부터 해야 하는 풍토가 옳은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있다”고 말해 자진 사퇴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왔다. 이날 전 수석은 임종석 비서실장을 만나 자신의 거취문제 등을 협의했다고 청와대 관계자는 전했다. 전 수석은 문재인 대통령 귀국 직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도 참석했다.

하지만 여권에서는 성역 없는 검찰 수사를 위해 전 수석이 거취를 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이날 전 수석에 대해 “현명한 정치적 판단을 할 것으로 믿는다”며 정무수석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박 의원은 CBS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전 수석이 무고함을 주장하는 것에 대해 믿지만 검찰이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할 경우 현직으로 갈 것이냐, 말 것이냐의 문제가 있다”며 “이전 정부에서도 청와대 고위 관계자들이 현직 신분으로 검찰 소환에 응한 전례가 없다”고 강조했다.

여당 내에서도 정무수석 신분으로 무고가 확인되면 야당 반발을, 유죄 혐의가 확인되면 문 대통령에게 정치적 부담을 주는 점을 자진 사퇴 이유로 꼽는 분위기다. 당내 한 중진 의원은 “본인은 억울하겠지만 검찰이 피의자로 소환하면 청와대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라도 물러나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고 말했다. 반면 한 재선 의원은 “일부에서는 참고인 정도라면 수석을 유지하면서 무관함을 입증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얘기하는 사람도 있다”고 전했다.

검찰은 이날 한국e스포츠협회 자금 유용 의혹과 관련해 전 수석의 소환 조사 방침을 정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고위 인사가 검찰 수사 대상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고, 정권 초기 청와대 수석이 소환되는 것도 이례적이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롯데홈쇼핑의 한국e스포츠협회 후원금 제공과 협회 운영 과정을 수사를 하고 있다”며 “수사 진전 상황을 감안할 때 당시 회장과 명예회장이던 전 수석의 직접 조사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소환 시기는 미정이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검사 신봉수)는 전 수석의 국회의원 시절 비서관이던 윤모씨와 김모씨, 브로커 배모씨를 구속했다. 윤씨 등 3명은 2015년 7월 롯데홈쇼핑이 한국e스포츠협회에 후원한 3억원 중 1억1000만원을 허위 용역 계약 등을 맺는 수법으로 빼돌려 나눠 가진 혐의(횡령 등)를 받고 있다. 또 윤씨는 홈쇼핑방송 재승인 과정의 문제점을 공개적으로 제기하지 않는 대가로 롯데홈쇼핑에 후원금을 받은 혐의(제3자 뇌물수수)도 있다.

검찰은 롯데홈쇼핑이 비서관 신분이던 윤씨만 보고 주력 사업과 거리가 먼 게임 관련 협회에 거액을 후원할 가능성이 작다는 점 등을 고려해 전 수석 관여 여부도 수사 중이다.

손성태/김주완/배정철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