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해외 주재원 세무관리, 기업 평판 달라진다

입력 2017-11-15 18:01
6개월 이상 파견 주재원 연 54만명
FATCA 시행 등 '세무리스크' 커져
선제적 지원으로 평판관리 해야

서민수 <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세무자문본부 파트너 >


지난해 말 해외 파견 업무를 마치고 서울로 돌아온 대기업 직원 A씨는 얼마 전 국세청으로부터 통지서 한 장을 받았다. 이미 연말정산을 마친 그는 5월에 종합소득세를 재차 신고해야 한다는 안내문을 들고 회사 관리부서를 찾았는데 관리부서도 난감해하는 모습이었다.

현행 외환거래규정상 해외에서 국내로 일정 금액 이상 송금될 경우 국세청에 그 내역이 통보된다. 한층 강화된 역외자산 및 역외소득신고 기조에 따라 국세청에서는 해외 주재원 등의 송금 자료를 분석해 개별 역외소득신고에 대한 사후점검을 실시 중이다. 현행 세법상 해외 주재원은 국내 거주자로 간주되는 경우가 많고, 신고하지 않으면 7개년치까지 소급과세할 수 있기 때문에 해외 주재원 당사자도, 해당 기업도 간과해서는 안 될 일이다.

해외 주재원의 역외소득신고(대부분 해외에서 수령한 급여)는 사실상 개인이 그 의무를 갖지만 파견 기업이 세금 및 수수료를 보전해 주는 것이 관행이었다. 하지만 회사 정책에 따라 보전해 주지 않거나 회사 내부적으로 부담 기준이 정해져 있지 않은 경우도 많다. 특히 개인소득세 신고양식만도 수십 쪽에 달할 정도로 복잡한 미국, 한국과 다른 과세 연도에 대해 매년 7월 또는 1월에 소득세신고를 하는 인도나 영국, 고용주가 임직원을 대신해 매월 개인별 세금신고를 해야 하는 중국 등 파견 국가의 특수한 과세 환경 역시 기업 입장에서는 넘기가 쉽지 않은 파고들이다.

이런 경우 임직원 파견 이전에 변동되는 세금비용에 대한 합리적 추정, 보상계획 수립 등은 글로벌 세금전문가가 아닌 이상 선제적으로 대비하기 어렵다. 국가마다 다른 사회보장세 가입제도 역시 예산 수립 시 놓치기 쉬운 영역이다. 중국은 지방과세당국의 주된 세원 중 하나였던 영업세(부가가치세)의 관리 주체가 중앙정부로 이관되면서 지방과세당국이 자체 세원 확보를 위해 개인소득세, 특히 외국인 주재원들의 주택수당, 자녀학자금 등 비현금성 급여에 대한 세원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주택수당, 자녀학자금 등 주재원들에게 제공되는 비교적 액수가 큰 보상의 경우 제공 방식과 영수증 구비 등에 따라 과세 여부가 달라지고 관련된 소득세 비용은 기업의 세금 보전 여부에 따라 최대 82%까지 증가할 수 있다.

또 지난해 9월 미국을 시작으로 국가 간 금융정보자동교환(미국은 FATCA, 미국 외 국가는 CRS)이 순차적으로 시행됨에 따라 주재원 중 신고 의무가 있는 사람이 한국 내 금융자산정보 또는 소득을 해외 파견국 법률에 따라 적절하게 신고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 부과 위험이 매우 높아졌고, 최악의 경우 미신고 규모에 따라 형사 처벌도 받는 상황이 됐다.

이처럼 해외 주재원이 타국에서 본업 이외에 신경 써야 하는 문제들이 늘고 있다. 문제는 적발 건수가 축적될 경우 파견국 내 한국 기업 평판에도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중국도 내년부터 한국과 금융정보자동교환협정 이행을 앞두고 있어 대비가 시급한 상황이다.

해외 글로벌 기업들은 인력 해외 파견에 필요한 법률, 이주, 인사, 급여, 세무를 통합 관리하는 별도의 하이브리드 조직을 두고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글로벌 비즈니스 규모에 비해 유기 지원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경우가 많다. 통계에 따르면 6개월 이상 해외에 파견된 우리 해외 주재원 수는 연평균 54만 명에 달한다. 해외 주재원은 파견국에서 한국과 우리 기업을 대표하는 얼굴로 인식된다. 세금처럼 민감한 사안은 기업 차원에서 전문성을 갖추고 세심하게 관리해야 할 필요가 있다.

서민수 <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 세무자문본부 파트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