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숨가쁜 북핵·안보 행보 속 '비즈니스 외교'도 챙겼다

입력 2017-11-14 17:58
중·러·싱가포르 총리와 연쇄 회담…국내기업 애로사항 해소 요청

한·러 '신북방정책' 공감
"현대차·삼성전자 TSR 이용 통관 절차 간소화 해달라"
현대차 투자 특혜 계약도 러시아 정부에 관심 당부

싱가포르엔 IT기업 진출 등 인프라·교역 분야 협력 요청


[ 조미현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은 14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와의 회담에서 현대자동차, 삼성전자 등 한국 기업이 시베리아 횡단열차(TSR)를 이용할 수 있도록 통관 절차를 간소화하고 열차를 확보해달라고 요청했다.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관련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필리핀에 머물고 있는 문 대통령은 전날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와의 회담에 이어 러시아, 싱가포르 총리 등과 잇따라 만나 국내 기업을 위한 ‘비즈니스 외교’에 팔을 걷어붙였다.

◆사할린 LNG 사업 등 참여 의사

문 대통령은 이날 필리핀 마닐라 국제컨벤션센터에서 메드베데프 총리와 30여 분간 회담을 하고 극동 개발을 포함해 미래성장동력 확충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문 대통령은 “북방경제협력위원회를 중심으로 러시아의 극동 개발에 전적으로 협력해 나가고자 한다”며 “신(新)북방정책을 통해 천명한 대로 조선·항만·북극항로 등 9개의 다리를 통한 동시다발적인 협력이 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9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동방경제포럼에서 유라시아 지역과 경제 협력을 강화하는 내용의 신북방정책을 발표했다.

문 대통령은 구체적으로 러시아에 진출한 개별 국내기업을 언급하며 러시아 정부의 협조를 부탁했다.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서면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은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현대자동차의 투자 특혜계약이 내년 만료됨에 따라 후속 계약에 대해서도 러시아 정부의 관심을 당부했다”며 “현대차와 삼성전자 등 많은 한국 기업이 TSR을 이용할 수 있게 통관 절차 간소화 및 열차 확보 등도 요청했다”고 밝혔다. 메드베데프 총리는 “(양국이 협상 중인) 한·유라시아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 한국 측과 긴밀히 협의할 의향이 있다”며 사할린 액화천연가스(LNG) 사업, 극동지역 조선업 현대화사업, 수산물·농산물 분야에서 양국 간 협력 의지를 밝혔다고 윤 수석은 전했다.

◆싱가포르 총리와도 회담

전날 문 대통령은 리커창 총리와의 회담에서도 ‘사드 보복’ 철회를 촉구하면서 구체적인 분야를 거론했다. 문 대통령은 회담에서 한·중 관계의 조속한 정상 회복을 언급하면서 “한국산(LG화학·삼성SDI)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 보조금 제외 조치와 한국산 제품에 대한 반덤핑 수입규제를 철회해달라”고 요청했다. 문 대통령이 북핵 문제 등 한반도 안보위기 상황에서도 비즈니스·경제 외교 행보에 적극 나선 건 안보와 경제가 따로 분리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청와대 관계자는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열린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와의 회담에서는 국내 정보기술(IT) 기업의 진출 기회를 확대해달라고 요청했다. 특히 싱가포르가 추진 중인 스마트네이션 이니셔티브 사업을 구체적으로 거론하며 양국의 협력을 당부했다. 스마트네이션 이니셔티브는 싱가포르 정부가 IT 및 인프라를 통합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국가 차원에서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사업을 말한다. 리셴룽 총리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IT분야 선진국인 한국과 협력의 여지가 많을 것”이라고 화답했다. 양국 정상은 한·싱가포르 FTA가 개선될 필요성이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윤 수석은 설명했다.

마닐라=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