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방향타 잃고 판촉 매달리는 한국GM

입력 2017-11-14 14:11
차값 소비자 불만 키우고 뒤늦게 할인
철수설 불씨 스스로 꺼뜨려야



내수 부진과 철수설에 시달리는 한국GM이 공격적인 판촉전에 나서고 있다. 차종별로 최대 450만원의 현금 할인과 무이자 할부 등 '파격' 혜택을 내세웠다. 판매 실적 회복을 위해 실구매가 인하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한국GM은 이달 들어 선착순으로 신형 크루즈 구매 시 최대 250만원 할인 또는 60개월 무이자 할부 혜택을 준다. 준대형 세단 임팔라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캡티바는 각각 최대 320만원, 300만원의 현금 할인을 제공한다. 경차 스파크와 트랙스는 100만원 할인과 무이자 할부를 적용키로 했다.

이는 통상 연말에 나타나는 자동차 판매 증가 효과를 누리기 위한 한국GM의 마케팅 전략이다. 뿐만 아니라 내수 시장 판매 실적을 끌어올리는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한국GM은 올 들어 지난달까지 11만176대를 팔았다. 전년 동기(14만4726대)와 비교하면 23.9% 감소했다. 주력 차종이 부진한 가운데 9년 만에 완전 변경(풀체인지)된 신형 크루즈가 홍역을 치르면서 실적이 고꾸라졌다. 지난 9월엔 8991대를 판매해 쌍용자동차(9465대)에 뒤져 5개 국내 자동차 회사 중 4위로 밀려나는 쓴맛을 봤다.

판매 절벽에 내몰리자 한국GM은 궁여지책으로 ‘대대적 할인’을 실시하고 있다.

데일 설리반 한국GM 영업·AS·마케팅부문 부사장은 지난 1일 열린 신형 크루즈 디젤 미디어 시승회에서 “책정된 가격 만큼 중요한 게 실거래가”라며 “핵심 차종별로 전략과 캠페인을 전개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물론 가격을 낮춰 파는 만큼 일시적인 반등은 이끌어낼 수 있다. 하지만 장기적인 가격 경쟁력 저하와 브랜드 이미지 추락은 불가피하다.

공격적인 판촉을 하면 할수록 ‘할인 차’라는 딱지는 떼어내기 어렵다. 여기에 제값 주고 차를 산 소비자 인식과 신뢰도 하락 가능성 등 부작용도 존재한다.

무엇보다 판촉 활동이 줄어들 경우 정상적인 가격에 차가 안 팔리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다.

한국GM은 지난달 17일 우울한 분위기 속에서 창립 15주년을 맞았다. 판매 부진과 계속되는 철수설, 노사 갈등 때문이다.

지금 중요한 건 판촉 강화보다 집안 갈등 봉합과 라인업 재정비, 수익성 제고다. 중형 SUV 캡티바는 모델 노후화가 심각하고, 대형 SUV는 공백을 메우지 못하고 있다. 철수설의 불씨 또한 스스로 꺼뜨려 버려야 한다.

에퀴녹스와 트래버스 출시가 제 속도를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경쟁 업체들은 신차로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한국GM은 하루라도 빨리 앞으로 나아갈 방향타를 다시 잡아야 한다.

박상재 한경닷컴 기자 sangj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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