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국종 교수 "JSA 귀순 북한군 상태, 매우 위중"

입력 2017-11-14 00:35
수정 2017-11-14 01:23
관통상으로 인한 중앙장기 손상 심해
인공호흡기 의존해 중환자실 입원 중
"팔꿈치, 어깨 다쳤다"는 군 설명과 달라


지난 13일 오후 총상을 입은 채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지역 북측 초소에서 우리 측 지역으로 귀순한 북한군 병사의 수술을 집도한 이국종 아주대병원 교수(아주대병원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장·사진)가 “귀순한 북한군의 상태가 매우 위중하다”고 밝혔다.

이국종 교수는 14일 자정께 수술을 마친 후 취재진에게 “13일 오후 5시경부터 약 5시간 정도 수술을 진행했는데, 아직까지 개복 상태며 현재 인공적으로 덮어만 놓은 상황”이라며 “관통상이 많고, 이로 인한 중앙 장기 손상이 아주 심하다”고 전했다. 또 “환자가 의식이 없으며, 수술 진행이 어려울 것 같아 상태가 좀 더 회복된 후 재수술을 해야 할 것 같다”며 “지금 중환자실에서 인공호흡기에 의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합동참모본부 측에서 “북한군은 귀순 과정에서 북한군의 총격으로 팔꿈치와 어깨 등에 총상을 입었다”는 설명과 사뭇 다른 내용이라 귀추가 주목된다. 합참의 설명만을 봐선 생명에 별 지장이 없을 수도 있다는 어감이었기 때문이었다. 이 교수는 합참 측의 설명을 듣고 “군에서 왜 그렇게 설명했는진 알 수 없지만 그리 설명한 이유가 있을 것이며, 현재 환자의 상태는 군에서도 다 알고 있다”고 말했다.

JSA를 통한 북한군 귀순은 10년 만이며, 이번이 세 번째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북한군 1명이 오늘 오후 3시 31분께 판문점 JSA 전방 북측 초소에서 우리측 자유의 집 방향으로 귀순했다”며 “북한군은 귀순 과정에서 북한군의 총격을 받고 팔꿈치와 어깨 등에 총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JSA 우리 측 초소에서 근무하던 장병들은 북측 지역에서 수발의 총성이 들리자, 감시 장비로 총성이 들린 곳을 감시했다. 합참은 “우리 군은 총성을 듣고 감시태세를 강화한 가운데 3시 56분께 JSA내 군사분계선(MDL) 남쪽 50m 지점에서 피를 흘리고 쓰러져 있는 북한군을 발견해 신병을 확보했다”고 전했다. 발견된 장소는 우리 측 자유의 집 왼쪽 지역으로 알려졌다.

발견 당시 비무장 상태였던 이 북한군은 병사(하급전사) 군복을 입고 있었지만, 정확한 계급이나 신원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우리 군 장병들은 북한군의 추가 사격에 대비해 포복 자세로 북한군에 접근, 안전한 곳으로 데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남북간 교전은 발생하지 않았다. 유엔사 군사정전위원회는 이번 북한군 귀순과 관련해 조사에 착수했다. 총상을 입은 북한군은 유엔사 헬기를 타고 아주대병원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로 긴급 후송됐다.

JSA를 통한 북한군의 귀순은 매우 이례적이다. 앞서 JSA를 거쳐 우리 측에 귀순한 북한군은 1998년 2월 3일 변용관 상위, 2007년 9월 6일 병사 1명이 있다. 특히 변용관 당시 상위의 경우 귀순 후 “JSA에 대남 공작조가 있다”고 말했고, 그가 귀순한 지 약 3주 후인 그해 2월 24일 ‘김훈 중위 JSA 의문사 사건’이 터지면서 JSA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더욱 커지는 계기가 됐다.

북한은 판문점 JSA에 출신 성분이 좋고 당에 대한 충성심이 높은 집안의 자녀들을 특별 선발해 배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때문에 이번 북한군 병사의 귀순 배경이 더욱 주목된다. 또 JSA 근무자가 남측으로 귀순한 사실이 북한군 내부에 알려지면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북측은 이와 관련한 정보 유통을 철저히 차단하고 대남 비난전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전망된다.

수원=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