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정당 수장 된 유승민 "중도보수 통합 노력"

입력 2017-11-13 19:37
수정 2017-11-14 05:21
득표율 56%로 대표 당선


[ 박종필 기자 ]
바른정당을 이끌 새 대표에 유승민 의원이 13일 선출됐다. 당권에 도전한 하태경·정운천·박인숙 의원은 2~4위 득표를 함에 따라 최고위원이 됐다. 자유한국당과의 합당을 거부해온 자강파들이 당 지도부를 구성한 셈이다. 유 신임 대표 체제는 교섭단체(20석 이상) 정당의 지위를 잃고 11석 군소 정당으로 전락한 당의 세력 강화는 물론 소속 의원의 추가 탈당을 막고 향후 정계개편 논의에서 주도권을 잡아야 할 숙제를 안게 됐다.

유 대표는 이날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바른정당 전당대회 격인 당원대표자회의에서 책임·일반당원 투표와 여론조사 결과를 합산한 결과 56.6%(1만6450표)를 얻어 과반 득표를 이끌어냈다.

유 대표는 행사 직후 국회에서 별도의 기자회견을 열고, 중도·보수 통합 논의에 대해 “(한국당·국민의당·바른정당 등) 3당이 같이 논의할 수 없다면 한국당과 국민의당을 상대할 창구를 따로 만들 계획”이라고 말해 통합 논의를 위해 1 대 1로 개별 접촉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강성 자강파로 분류된 유 대표가 뒤늦게나마 정계개편 논의에 참여할 의사를 밝힌 이유는 바른정당에 남은 11명 의원의 추가 이탈을 막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지난 5일 20명의 바른정당 의원이 마지막으로 모인 의원총회에서는 자강파 의원들조차 유 대표에게 “보수 통합 논의에 나서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 대표는 “(당내에서) 내달 중순까지 중도보수통합 논의의 성과를 내자는 합의가 있었고 저도 약속했기 때문에 진지하게 노력하겠다”며 “(추가 탈당을 막기 위해) 최대한 설득하고 있다. 많이 안정된 분들도 있고 아직 더 설득이 필요한 분도 있다”고 설명했다.

유 대표는 국민의당과의 정책연대를 통해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혁에 나설 뜻을 밝혔다. 그는 “현행 (총선)투표 방식은 국민 유권자의 뜻을 국회에 정확히 반영하는 데 부족한 제도”라며 “국민의당과 (정책논의 창구인) 국민통합포럼에서 나온 (선거구제 개편 관련) 문제의식에 100% 공감한다”고 했다.

하지만 유 대표 체제에서 야권 통합 논의가 속도를 낼지는 미지수다. 유 대표가 “새 지도부가 통합 노력만 하고 다른 일을 안 할 수는 없다”고 말해 바른정당의 재건과 독자 세력화 의지도 강하게 드러냈기 때문이다. 유 대표는 당선 수락 연설문에서도 “국회의원 숫자가 줄고 원내교섭단체가 깨져서 두려운가. 나는 두렵고 겁나지 않는다”며 “우리가 똘똘 뭉쳐 강철 같은 의지로 이 죽음의 계곡을 건넌다면 어느새 겨울은 끝나고 따뜻한 새봄이 와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국당이 유 대표의 ‘중도보수 통합론’을 반대하고 있는 것도 걸림돌이다. 이날 유 대표는 당선 인사차 한국당 당사를 방문하겠다고 했지만 홍준표 대표 측은 이를 거절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