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머니 외국서도 사용"…'김정태의 꿈' 영근다

입력 2017-11-13 19:32
수정 2017-11-14 05:46
하나금융 '블록체인 활용' 글로벌 결제망 사업 진출

해외 제휴사와 결제망 공유
실시간으로 송금·결제 가능
수수료도 대폭 줄어

10여개국 유통사 등과 제휴
아시아 금융회사로서 첫 시도


[ 윤희은 기자 ] 지난해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사진)은 하나금융 정보기술(IT)담당자들에게 ‘특명’을 내렸다. 하나금융 멤버십 플랫폼인 하나멤버스를 외국에서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기술을 개발해 보자는 것이었다. ‘하나머니(하나멤버십 포인트)’를 일종의 가상화폐처럼 외국에서도 쓸 수 있다면 앞으로 새로운 핀테크(기술금융) 먹거리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하나금융이 개발을 마친 ‘하나 블록체인 결제 플랫폼’은 이 같은 아이디어에서 탄생한 결과물이다. 차세대 기술로 각광받는 블록체인을 활용해 글로벌 제휴사들과 결제·송금망을 공유하면,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형태의 거래가 가능해진다. 하나멤버스의 하나머니 가상화폐화는 그중 하나이다. ‘김정태 회장의 꿈’에서 시작된 사업이 보다 큰 의미의 송금·결제 사업으로 진화한 것이다.

하나금융은 해당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자사 IT 계열사인 하나금융TI 등의 IT 인력을 모아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IBM과 손잡고 블록체인 기술 구축을 위한 다양한 테스트를 했다. 이를 통해 해당 플랫폼이 오류 없이 데이터 송·수신을 할 수 있다는 점을 검증했다. 김 회장도 쉴 새 없이 해외를 오가면서 제휴할 만한 국가를 찾아다녔다. 1년 이상이 소요된 길고 어려운 작업이었다.

하나 블록체인 결제 플랫폼은 다음달 첫 서비스 개시 후 우선적으로 10여 개 아시아권 국가의 금융·유통회사 간 송금·결제 서비스부터 시작할 예정이다. 통상 해외로 송금·결제를 할 때는 다양한 형태의 중개인이 개입하는 등 복잡한 처리과정이 동반되기 때문에 길게는 하루 이상의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그러나 블록체인을 활용하면 즉각 처리가 진행되기 때문에 사실상 실시간 송금·결제가 가능해진다.

수수료도 저렴해진다. 블록체인 기술은 송신자와 수신자 간의 1 대 1 거래이기 때문에 중간 거래자가 개입할 수 없다. 불필요한 수수료를 없애는 효과가 생기는 셈이다. 동시에 블록체인에 속한 모든 거래자가 거래정보를 동일하게 기록하므로 보안 수준은 높아진다.

금융회사가 블록체인을 활용해 이 같은 플랫폼을 내놓는 것은 아시아에서도 하나금융이 처음이다. 블록체인을 활용해 계열사 간 거래정보를 연결한 금융사는 있었지만, 대대적으로 해외 금융사 등과 제휴를 체결해 다자(多者) 간 거래가 가능한 플랫폼을 내놓은 금융사는 없었다. 다른 금융사 관계자도 “하나금융의 블록체인 플랫폼 개발은 금융업계에서도 하나의 상징적인 사건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나금융은 앞으로 제휴처를 늘려나가면서 플랫폼 활용방식도 다양하게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우선 플랫폼이 자리 잡도록 하는 것이 일차 목표이고, 이를 마무리하면 ‘하나멤버스 글로벌화 프로젝트’에도 적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나 블록체인 결제 플랫폼을 하나멤버스에 적용하면 제휴사끼리는 수수료 없이 하나머니를 통해 제품 구매 및 포인트 교환 등이 가능해진다. 국내 하나금융 이용자뿐 아니라 해외 이용자끼리도 하나멤버스 회원이기만 하면 국내 이용자와 똑같이 거래할 수 있다.

하나금융뿐 아니라 올 들어 다양한 국내 금융사들이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한 신기술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신한금융그룹은 지난 6월 아마존 웹서비스의 클라우드를 활용하는 전략적 협력 합의를 체결했다.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은 이달 초 “구글, 아마존, 알리바바 등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이 은행의 경쟁자가 될 것”이라며 은행의 IT기업화(化)를 적극 주문했다.

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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