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흐·백석 등 치열한 예술혼 창작 뮤지컬로 만나볼까

입력 2017-11-13 18:40
수정 2017-11-14 07:48
'팬레터' '나와 나타샤…' '에드거 앨런 포' 잇따라 무대에


[ 양병훈 기자 ] “결국 우린 사랑의 모든 형태에 탐닉했으며 사랑이 베풀어줄 수 있는 모든 희열을 맛보았노라.”

뮤지컬 ‘팬레터’에서 소설가 김해진이 작가 지망생 정세훈에게 쓴 편지 내용이다. 김해진은 이 편지를 남기고 얼마 뒤 병으로 세상을 떠난다. 이 작품은 1930년대 일제강점기 경성을 배경으로 문인들의 예술과 사랑을 그린다. 지난 10일 서울 동숭동 동숭아트센터에서 개막했으며 내년 2월4일까지 계속된다. 문인 사회를 다룬 작품답게 대사와 노랫말에 섬세하고 아름다운 문학적 표현이 많이 나온다. 이 뮤지컬을 제작한 공연기획사 라이브의 박서연 이사는 “유약했던 인물이 마음의 상처를 극복하고 소설가가 되겠다는 꿈을 이루는 작가 성장기”라며 “문학에 대한 문인들의 열정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실존한 예술가의 창작 스토리를 다룬 뮤지컬이 잇달아 개막해 눈길을 끈다. ‘팬레터’의 김해진은 ‘봄봄’ 등을 쓴 소설가 김유정을 모델로 했고, 시인 이상을 모델로 한 인물(이윤)도 나온다.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지난달 19일~내년 1월28일 서울 동숭동 유니플렉스)는 시인 백석과 기생 자야의 사랑을 다루고, ‘빈센트 반 고흐’(지난 4일~내년 1월28일 서울 흥인동 충무아트센터)는 화가 빈센트 반 고흐의 예술가적 고뇌와 그림에 대한 집념을 그린다. ‘에드거 앨런 포’(오는 17일~내년 2월4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광림아트센터)는 미국 작가 에드거 앨런 포의 비극적 운명을 무대화했다.

이들 뮤지컬은 예술가적 고뇌를 다루는 만큼 신나고 즐겁다기보다 슬프거나 진지하다.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에서 백석과 자야의 사랑이 백석 부모의 반대로 표류한다. 결국 두 사람은 남북 분단으로 생이별을 하게 된다. 스토리의 중심축이 되는 자야의 시각을 통해 백석의 섬세한 문학적 감수성을 엿보는 재미가 있다. ‘에드거 앨런 포’는 라이선스를 수입해 재창작(논레플리카)한 작품이며 나머지는 모두 국내 창작 뮤지컬이다. 2014년 초연한 ‘빈센트 반 고흐’는 올해 세 번째 공연이며, 다른 세 작품은 지난해 초연 이후 올해 두 번째로 무대에 오른다.

한 공연기획사 관계자는 “예술가를 고뇌에 찬 사람으로 보는 현대적 예술가관(觀)이 뮤지컬에도 반영돼 진지한 분위기의 작품들이 나온 것”이라며 “웃고 즐길 만한 작품보다 무거운 내용을 선호하는 뮤지컬 팬들에게 호소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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